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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200일 범국민추모대회 참가자 선언문

진실과 안전을 향한 길, 끝까지 함께 가겠습니다

세월호 참사 200일을 맞는 오늘도 우리는 싸우고 있습니다. 우리는 망각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기억과 싸우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그저 큰 ‘교통사고’에 불과한 것으로 기억시키려는 자들과 싸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우연히 발생한 안타까운 사고가 아닙니다. 사람의 생명과 안전보다 돈과 권력을 지키는 습속이 뼛속까지 배어든 기업과 국가가 만들어낸 사건입니다. 그래서 진실을 밝히고 세월호 참사 이전과 다른 사회를 만들어내기까지 우리의 기억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이 길에서 우리는 진실을 가로막는 세력과 마주쳤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어떻게든 묻어 덮으려는 자들에 맞서 우리는 성역 없는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법을 요구했습니다. 53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의 서명에 대한 국회의 응답은, 성역 앞에서 흔들리는 누더기 특별법이었습니다. 청와대는 스스로 성역을 쌓아가며 특별법을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습니다. 검찰도, 감사원도, 국회도 진실을 밝히기 위한 길을 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적당히 멈춰서 돌아가려고만 했습니다. 진실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습니다.

이 길에서 우리는 안전을 가로막는 세력과 마주쳤습니다. 그들은 해경을 해체하고 국민안전처를 만든다는 등 소리만 요란한 대책을 발표하면서, 재발방지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할 기회를 가로막았습니다. 안전을 혁신하겠다며,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정부의 의무를 강화하기는커녕 안전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거꾸로 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정부는 오히려 위험을 늘리는 규제완화를 강행하고, 안전조차도 돈벌이 수단으로 만들려는 시도를 감행하고 있습니다. 안전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시작했습니다. 특별법은 이 길을 걸어가는 우리가 쥐는 연장일 뿐입니다. 미완의 특별법에 그친 여야 합의 소식에 우리는 좌절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힘이 가족과 국민으로부터 나왔다는 점을 기억합니다. 연장이 부실하다는 것은 우리가 길을 멈춰야 할 이유가 되지 않습니다. 법이 우리에게 무엇을 해주기를 기대했던 것이 아니라, 우리가 법을 통해 진실을 밝히려고 했던 것입니다. 조금 더 힘든 길을 가게 된 것이 아닙니다. 더욱 근본적인 길을 걸어가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미 연대를 배웠습니다. 가족과 잡은 손을 놓지 않을 것입니다. 국민들이 서로 맞잡게 된 손을 놓지 않을 것입니다. 이 길의 끝까지 함께 가겠습니다. 우리가 길을 멈추는 순간 어떤 연장도 무력해지며, 우리가 길을 멈추지 않는 한 어떤 연장도 그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권력은 우리의 길을 집요하게 가로막겠지만 굽힘없이 거침없이 길을 걸어가겠습니다. 저절로 오지 않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우리의 여정이 바로 진실의 역사가 될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달라져야 할 사회, 우리가 시작입니다.

우리는 4.16 약속지킴이가 될 것을 다짐하며 다음과 같이 선언합니다.

우리가 기억입니다. 기억의 약속으로 노란 리본을 달겠습니다.
우리가 기다림입니다. 마지막 한 사람이 돌아올 때까지 함께 기다리겠습니다.
우리가 기록입니다. 국민간담회를 열어 가족들의 이야기를 듣고 전하겠습니다.
우리가 질문입니다. 밝혀야 할 진실이 무엇인지 우리 입으로 말하겠습니다.
우리가 소식통입니다. 언론이 전하지 않는 소식을 널리 알리겠습니다.
우리가 외침입니다. 광장과 거리에 모여서 함께 행동하겠습니다.
우리가 치유입니다. 세월호 참사의 모든 고통을 어루만지겠습니다.
우리가 진실입니다. 책임져야 할 자가 책임지는 사회를 만들겠습니다.
우리가 안전입니다. 위험이 무엇인지 지목하고 위험을 멈추겠습니다.
우리가 길입니다. 우리가 진실이고 안전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되겠습니다.

2014년 11월 1일
세월호 참사 200일 범국민추모대회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