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검거에만 몰두하는 정부
해경과 컨트롤타워도 수사해야
도피 중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에 대한 추적과 수사가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마치 유병언을 잡는 것이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도 되는 듯 정부는 검찰과 경찰도 모자라 군대를 동원하고 반상회까지 열어 유병언 검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유병언은 검찰과 경찰을 농락하며 한 달 넘게 도피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유병언의 검거는 세월호 수사의 끝도 아니고 중심도 아니다. 정작 유병언을 잡아도 세월호 참사의 직접적인 책임을 묻을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결국 국민들의 시선을 유병언에게 돌리며 세월호 참사 구조 실패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검찰이 서둘러야 할 수사는 사고가 참사가 되도록 만든 해경과 소위 컨트롤타워의 초기 대응 실패와 구조 실패다.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에 적시된 유병언과 그 아들인 유대균의 혐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죄와 배임·탈세 혐의일 뿐이다. 세월호 참사의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인 청해진 해운의 무분별한 이윤추구의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 유병언을 하루빨리 검거할 필요도 있다. 그러나 군대를 동원하고 반상회를 여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비상계엄 시기도 아닌데 민간인 검거에 군대를 동원하는 것은 공권력 남용이 아닐 수 없다. 반상회 역시 마찬가지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유 씨 일가의 검거를 독려한 후의 일이다. 정부가 의도적으로 유병언 검거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처럼 보여주기 수사를 하고 있는 셈이다. 경찰 6천 명을 동원해 금수원을 수색하러 간 검찰 수사관들은 정작 낮잠을 자다가 들켜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의 책임이 있는 해경과 해수부에 대한 검찰 수사는 더디기만 하다. 과거 참사에서 정부 당국의 책임을 묻는 수사는 지지부진하다가 정부의 책임이 끝내 유야무야됐던 전례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참사 초기 구조 실패로 인명피해를 키운 책임은 소위 컨트롤타워인 청와대와 해수부, 해양경찰청이 져야 한다. 침몰 사고가 참사로 커진 과정에서 제기되고 있는 숱한 의문들도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여기에 대한 수사 역시 지지부진하다. 수사는 하는 것인지 수사할 의지가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유병언에 대한 추적과 검거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정부는 슬그머니 책임론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다. 정부와 검찰, 일부 언론은 마치 유병언이 잡히면 세월호 참사의 수사가 끝날 것처럼 호들갑을 떨지만 이는 기만이고 오산이다. 유병언 수사와는 별개로 해경과 소위 컨트롤타워에 대한 수사가 시급하다는 것을 국민들은 모두 알고 있다. 이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지 않는 것은 검찰의 직무유기다. 참사의 피해자 가족들과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검찰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14년 6월 16일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