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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서우아버지 조혁문님 (7.18 국회 앞 미사)

7월 18일. 세월호 참사 94일 째, 특별법 제정을 위한 국회 농성 7일째 그리고 단식 5일째.
오늘도 어김없이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미사가 진행되었습니다.
단원고 2학년 서우아버지 조혁문님께서 낭독하신 편지를 싣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단원고 2학년 2반 조서우 학생의 아버지 조혁문입니다.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너무도 사랑스럽던 제 딸을 가슴에 묻고 살아가야하는 이 현실이 꿈이었으면 하는 마음뿐입니다.

사고 소식을 듣고 바로 진도로 내려갔지만, 차가운 바다 속에서 구조만 기다리고 있을 내 아이에게 전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었습니다.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고 사흘이 흘러도 해경의 기다리라는 말 외엔 소중한 아이들에게 부모로써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음이 너무 무능하게 느껴졌습니다.
잠을 잘 수도 먹을 수도 없이 그냥 기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혹시 살아 있을 거란 기대를 버리지 못해 밤을 꼬박 새워가며 기다렸지만 그렇게 원하던 구조소식은 들리지 않고, 하나 둘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오는 아이들을 보며 오열하고 분노하는 시간 속에 점점 그런 아이들조차 찾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떨며 팽목항에서 17일을 보냈습니다.

그러는 동안 나태한 언론과 무능한 정부에게 점점 실망하게 되었고,
결국엔 불신과 분노의 마음마저 생겼습니다.
그 누구도 믿을 수 없었고, 모든 것에 실망하던 그 때 국민들의 관심이 저희에게 힘을 주었습니다.

평범하게 살아가던 저희에게 있어서는 안될 일이 생겼고, 두 번 다시는 이런 아픔을 되풀이되게 하지 말자는 굳은 결심이 저희를 일어서게 했습니다.
마냥 슬퍼만 하며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다 살릴 수 있었던 소중한 생명들을 눈뜨고 보낼 수밖에 없었던 그런 어이없는 일들이
대한민국 이 땅에서 더 이상 있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아이들과 세월호 모든 희생자 분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하고 싶습니다.

지금도 진도에선 돌아오지 못한 12명의 가족들이 오열하고 있습니다.
두 달이 다 되어가도록 아무것도 할 수 없이 그냥 기다리고만 있습니다.
저도 자식을 잃었지만 아직 찾지 못한 그 분들에게 죄스러운 마음이 들 수 밖에 없는
이 기막힌 현실이 비통할 뿐입니다.

이젠 제 아이를 다시는 만질 수도 안아줄 수도 없습니다.
더 이상 사랑해란 말을 할 수도 들을 수도 없습니다.
매일 안산합동분향소에 있는 딸아이 사진을 보며 속으로 수없이 되뇌입니다.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내 딸 서우야… 너무 보고 싶구나… 너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게’

나중에 라는 말이 이렇게 가슴 아픈 말이 될 줄을 왜 예전엔 몰랐을까요?
이렇게 소중한 아이들을, 또 가족들을 위해 우린 무엇을 해야 할까요?

금쪽같은 내 자식조차 지키지 못했던 무능한 아빠였지만,
대한민국의 내 자식과 같은 소중한 아이들은 꼭 지켜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