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한 세월호에서 발견된 ‘국정원 지적사항’ 문서
국정원은 국민이 납득할만한 해명을 내놔야한다
침몰한 세월호에서 건져 낸 세월호 업무용 노트북에서 충격적인 내용의 문서가 발견되었다. 그 문서에는 세월호가 증개축을 마친 직후인 2013년 2월 국정원이 세월호를 꼼꼼하게 살핀 후 지시한 무려 100여 개의 ‘지적사항’이 정리되어 있다. 이로 인해 국정원이 세월호의 증개축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국정원은 아직 이에 대해 분명한 해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국정원은 국민에게 관련한 모든 정보를 공개하여 국민의 의혹을 해소해야 할 의무가 있다.
문서에 기록된 ‘국정원의 지적사항’은 일반적인 보안점검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구체적이다. ‘자판기설치’, ‘분리수거함 위치선정’, ‘도색작업’, ‘바닥장판 수리’, ‘침대 불량 교체’ 등이 보안점검과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이런 식의 운영/유지/보수 상태에 대한 점검은 선주 혹은 이 배 운항의 이해당사자가 할 법한 내용들이다. 국정원이 이런 지시를 내린 것이 분명하다면 국정원이 사실상 세월호 운항의 이해당사자임에 틀림없다.
한편, 문서에 따르면 국정원이 지시를 내린 시기가 2013년 2월 이전임을 알 수 있는데 이 시기는 세월호가 증개축되던 시기와 정확히 일치한다. 세월호는 2012년 10월 경 청해진 해운이 일본에서 사들여와 2013년 2월까지 증개축을 했다. 따라서 이 문서가 사실이라면 국정원이 불법 증개축에 직접 관여했거나 그 과정을 소상히 알고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국정원은 보도자료를 내서 국정원이 2013년 3월 18일에서 20일 동안 “선박에 대한 테러 등에 대비한 보안측정”을 실시했을 뿐 증개축에는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국정원의 해명은 동문서답이다. 문제의 문서에 따르면 세월호 측은 이미 2013년 2월 27일에 국정원 지적사항에 대한 작업계획을 내놓고 있다. 따라서 국정원이 3월 보안측정 운운하는 것으로는 국민의 의혹이 해소될 수 없다.
국정원의 거짓말은 이미 드러난 적이 있다. 세월호 사고인지시점에 대해 처음에 국정원은 “참사 당일 오전 9시 44분 뉴스를 보고 알았다”고 발표했으나, 이는 정홍원 국무총리가 “국정원이 세월호 사고를 선원으로부터 전화로 보고받았다”고 말한 뒤 거짓말로 밝혀졌다. 또한 비공개로 진행된 지난 세월호 국정조사 기관보고에서 “세월호 운항관리규정인 ‘해양사고 보고 계통도’에 사고 발생 시 국정원 인천과 제주지부에 가장 먼저 보고하도록 되어 있다”는 점이 지적되자, 국정원은 “세월호 운항관리규정 작성·승인에 전혀 관여한 바 없으며, 선박 테러·피랍사건에 대비하여 포함시켰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다른 선박에는 적용되지 않는 이러한 운항관리규정에 대한 의혹은 이번 문서의 발견으로 더욱 확실해졌다.
만약 국정원이 세월호 운영유지보수, 나아가 불법증개축에 깊숙이 관여했던 것이라면, 왜 선원들이 국정원에 제일 먼저 신고했는지, 해경이 세월호 선장을 왜 먼저 구조했는지, 경찰이 왜 선장을 경찰 아파트에 재웠는지 등 국민이 전혀 이해할 수 없었던 쟁점들이 해소되는 단초가 될 수도 있다. 의혹이 커지고 있다. 국정원은 모든 자료를 공개하고 국민의 의혹에 답해야 한다.
2014년 7월 27일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