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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대책위 기자회견] 청와대 앞 농성 7일차 입장 발표 – 우리 모두가 유민 아빠입니다

세월호 가족대책위 농성 7일차 입장 발표 기자회견

2014년 8월 28일(목) 오후 3시, 청운동사무소 앞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 대책위원회’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세월호 특별법 제정 결단과 45일 동안 단식을 지속한 유민 아버지 김영오 님의 간곡한 요청이기도 한 면담을 요구하며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지난 8/22(금) 저녁부터 농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세월호 가족대책위는 오늘(8/28) 오후 3시,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농성 7일차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은 개최했습니다.

기자회견에서는 가족들은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 면담에 대한 입장, 김영오 님 단식 해제에 대한 입장과 이와 관련한 새누리당의 논평에 대한 유감 표명, 가족대책위 성금 및 보상금 관련한 유언비어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8/30(토) 오후 5시,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 <유가족이 원하는 진상규명 특별법 촉구 국민대회> 참여를 호소했습니다.


<기자회견문>

우리 모두가 유민 아빠입니다

오늘 유민 아빠 김영오 씨가 45일 만에 단식을 풀었습니다. 노모와 둘째딸 유나의 걱정, 세월호 가족들의 염려, 국민들의 간곡한 만류를 받아들였습니다. 목숨 걸고 곡기를 끊었던 40여일보다 단식을 풀기까지 뒤척였던 어젯밤 마음이 더 복잡했을 것을 알기에 우리는 아픕니다. “유민 아빠를 잃고 싶지 않습니다.” 특별법 제정 실마리의 매듭을 지어야만 단식을 풀겠다는 유민 아빠에게 우리 가족이 약속했습니다. “살아서 싸워야 합니다.” 단식을 중단했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 가족들 모두 “잘했다” “정말 잘했다” 눈물을 글썽이며 고마워했습니다. 이제 유민 아빠의 뜻을 이어 우리 가족들은 청와대 앞, 광화문, 국회에서 국민들과 함께하는 호소를 이어가려고 합니다. 자식 잃고 몸부림친 그의 마음이 우리 마음이기에 그를 살리고, 그와 함께 단단한 걸음을 또 걸어갈 것입니다.

유민 아빠 단식 해제에 대해 새누리당 윤영석 원내대변인은 오전 구두 논평으로 “1차, 2차 새누리당 지도부와 세월호 유가족의 만남 속에서 오해가 풀리고 신뢰 문제가 회복돼 좋은 방향으로 합의가 기대되면서 김영오 씨가 단식을 중단하게 된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새누리당은 착각하지 마십시오. 지금까지 유민 아빠가 단식을 풀 수 없었던 이유부터 생각해야 합니다. 이제야 풀 수밖에 없는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데, 그러한 낯 뜨거운 말을 꺼낼 수 있습니까. 사람의 목숨을 경각에 두고도 문제의 원인이 누구에게 있는지 모른다면, 유민 아빠와 우리 가족들의 진심을 아직도 모르는 것입니다. 새누리당의 태도를 보며 허심탄회한 만남으로 생각했던 것이 정략적 이용에 불과했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습니다. 우리에게는 정략이 없습니다. 우리에게는 진실을 향한 온몸 던진 아픔이 있습니다. 새누리당이 먼저 알아야 할 것은 그것입니다.

어제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의 면담 역시 실망스럽습니다. 우리 가족들이 원하는 특별법 내용을 충분히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은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 우리 가족 법안보다 좋은 안이 새누리당에 있다면 모르지만 그것이 아닌 이상 가족들 안을 거부해서는 안 됩니다. 새누리당은 철저한 진상규명에 찬성한다는 원칙을 지켜 주십시오. 법학자, 법률가들이 모두 문제없다는 특별법에 대해 위헌성만을 앵무새처럼 동어 반복하는 새누리당은 진상규명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어제 면담 자리에서 우리 가족들은 SNS 등에서 유포되는 악의적인 글들로 심각한 상처를 입었음을 이야기했습니다. 새누리당 의원과 당직자들의 모욕적 언사도 삼가도록 요청했습니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그러한 행위를 일체 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쓰겠다 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직원이 세월호 유가족을 비난하는 글을 올린 배우의 글을 옹호하고 문제 있는 댓글을 단 것이 밝혀졌습니다. 악성 댓글을 적발하고 심의해야 할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직원이 근무 시간에만 21차례 악성 댓글을 달았습니다. 다시 거듭 요청 드립니다. 심재철 의원과 조원진 의원의 공식적인 사과와 향후 재발방지, 혹여라도 있을 정부 관계자들의 행위 근절을 공개적으로 표명하기 바랍니다. 유민 아빠를 향했던 흑색선전은 유민 아빠와 그의 가족뿐만 아니라 세월호 가족과 세월호 가족과 같은 마음으로 살아가는 국민 모두를 모욕했습니다. 이와 같은 아픔이 다시 없기 위해서는 정부 여당부터 과거를 청산해야 합니다.

이러한 악선전 중에는 우리 유가족이 성금 등을 이미 수령했다는 것도 있습니다. 다시금 말씀드립니다. 우리 세월호 유가족은 단 한 명도, 단 한 푼도 이를 수령한 사실이 없습니다. 우리를 향한 사실과 다른 비방이 제대로 된 세월호 특별법을 막기 위한 자들의 검은 의도라면 그걸 막아야 할 의무는 집권 여당에게 우선 있음을 분명히 하겠습니다.

국민들에게도 호소 드립니다. 심리상담·치유 등에 종사하는 심리학자 373인이 “세월호 참사로 인한 비극과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서 선결되어야 할 것은 명명백백한 진상규명이다”라며 “수사권과 기소권이 포함된 특별법을 제정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생존학생 학부모들도 생존학생들을 치유하는 길은 진상규명이라고 호소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우리 가족들이 왜 그곳에서 죽어야 했는지 이유를 아는 것”입니다. 우리 눈앞에서 죽어간 자식들의 원한을 안고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여기 청운동 앞으로 교복 입은 학생들이 지나갈 때마다 울컥 눈물이 납니다. 우리를 지지하기 위해 찾아온 6개월 아기를 보고도 울었습니다. 우리에게 지금 시간은 그렇습니다. 금세라도 초인종을 누를 것 같은 아이들을 잃었습니다. 우리는 손에 닿을 듯한 살아있던 피부와 따뜻한 체온을 빼앗겼습니다.

오는 8월 30일 다시금 모여 주십시오. 오후 5시 광화문으로 모여 주십시오. 청와대 응답을 요구하는 국민의 함성을 들려주십시오. 만일 못 오신다면 전국 방방곡곡에서 함성을 모아 주십시오. 국민 마음이 돋움 닫는 발판처럼 함께 솟아올라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하고 안전한 나라를 만듭시다. 4월 16일 이전과 이후가 다른 나라, 우리 세월호 가족들과 국민이 함께 만들 수 있습니다.

2014년 8월 28일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