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언제까지 우리의 생명을 ‘운’에 맡겨야 하는가!

언제까지 우리의 생명을 ‘운’에 맡겨야 하는가!
홍도 유람선 사고는 어떤 세월호 특별법이 필요한지 다시 알려준다

세월호 이후에도 한국사회는 사고와 참사로 얼룩져있다. 고양 버스터미널 화재사고를 비롯하여 장성 요양병원 화재사건 등 수많은 생명을 잃게 만든 참사가 지속되었다. 그리고 9월 30일 오전, 전남 신안 홍도 인근 해상에서 유람선 바캉스호가 좌초되었다. 이 사고로 놀라고 공포스러웠을 승객과 승무원분들에게 위로를 전한다. 침몰 직전 다른 유람선과 어선에 의해 승객과 승무원 109명이 전원 구조되었지만 이 사고를 접하는 시민들도 사고를 당한 이들 못지않게 놀라고 고통스럽다. 홍도 유람선 침몰 사고는, 사고의 원인을 제대로 규명하지 않은 채 은폐하기에만 급급한 우리 현실 속에서 언제라도 우리가 사고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고는 예견된 것이다. 바캉스호는 일본에서 선령이 지나 운항을 포기한 선박을 들여와 개조한 것이다. 27년 된 낡은 선박이었다. 바캉스호의 정원은 350명인데 허가과정에서 495명으로 늘어났다. 이 배는 세월호 참사 다음 날 안전점검을 통과해서 운항 허가를 받았다. 홍도 주민들이 이런 노후선박을 관광선으로 이용하는 것은 위험을 높인다고 이야기하며 운항허가를 불허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묵살되었다. 사고 당일 높은 파도가 치는데도 100t 내외의 유람선이 출항한 것도 문제였다. 6개월 전에 안전점검을 통과했는데도 구명뗏목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이 배는 사고의 위험을 안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사고의 위험이 상존하는 나라에서 그 사고가 참사로 변하는 것은 구조에 무능한 정부의 책임이다. 세월호는 그렇게 304명이 목숨을 잃었다. 바캉스호가 세월호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 배의 승객과 승무원들은 신속하게 구조되었다는 점이다. 침몰 직전 근처를 지나던 유람선이 곧바로 배를 사고선박에 붙인 후 승객들을 구조했고 어선들도 승객 구조에 일조했다. 해경이 아니라 홍도 주민들이, 정부가 아니라 어민들이 승객들을 구조한 것이다. 홍도 주민들은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어서 작동했고, 그 결과 많은 이들이 생명을 건졌다.

정부는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정부는 여전히 사고의 위험을 높이고 있다. SNS에서 떠도는 이야기들, ‘홍도와 세월호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정부를 믿지 않은 것’이라고 하는 이야기는 생명과 안전에서 국가의 부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마저도 알아서 해결하라고 하고 있다. 아무 것도 바꾸지 않고 있다. 정부의 구조 역할을 포기하고 생명과 안전을 지키려면 자력구제를 하라고 떠밀면서, 안전을 위해 국가가 해야 할 역할을 규정하자는 세월호 특별법에 대해서는 ‘자력구제는 안된다’고 이야기하는 정부는 도대체 왜 존재하는 것인가.

정부가 시민들의 안전을 지켜주지 않는 나라에서, 더 이상 불안에 떨며 살아갈 수 없다. 우리는 정부가 시민들의 안전을 책임지라고 요구한다. 이 정부는 세월호와 같은 사고를 겪고도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채 안전규제를 완화하여 홍도 바캉스호 침몰사고와 같은 사고를 만들고 구조에 힘을 쏟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세월호 이야기가 지겹다면서 침묵하라고 하고 청와대의 의중대로 특검을 좌지우지하려고 한다. 이 정부가 정신을 차리게 하려면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제대로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 그러려면 500만 명이 입법청원한 유가족의 특별법이 받아들여져야 한다. 언제까지 우리의 생명을 ‘운’에 맡겨야 하는가.

2014년 10월 2일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