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50069_710062699085353_8561052586839647724_o

[팽목항으로 향하는 전국 기다림의 버스 출발 선언문] 단 한 사람도 놓치지 마라! 철저한 수색이 우선이다!

기다림의 버스 서울출발 기자회견
팽목항, 그 간절한 기다림에 함께하는 하루

2014년 10월 03일(금) 오전 11시, 서울 대한문 앞


[팽목항으로 향하는 전국 기다림의 버스 출발 선언문]

“마지막 한 사람이 돌아올 때 까지 함께 기다리겠습니다.”
단 한 사람도 놓치지 마라! 철저한 수색이 우선이다!

“유가족이 되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한다. 가족의 주검을 찾는 것이 인생의 목표가 되어 버렸다는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의 이야기다.
봄에서 여름으로, 여름에서 가을로, 어느덧 계절이 바뀌고 있지만, 팽목항에서는 매일을 4월 16일로 살아가고 있는 열 명의 실종자 가족들의 애타는 기다림이 계속되고 있다.

수색이 장기화되고, 지난 7월 18일 이후 두 달이 넘게 추가 실종자 수습에 대한 소식이 들려오지 않으면서, 가족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마지막 한 사람이 돌아올 때까지 함께 기다리겠다.”던 우리의 약속 한편으로는, 그 ‘마지막 한 사람이 자신의 가족이 되지는 않을까’하는 극도의 두려움과 불안이 존재한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초 해양수산부 차관의 인양 언급을 시작으로, 최근 유가족을 외면한 여야의 특별법 합의가 있자마자, 새누리당 최고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인양이 이야기 되었고, 급기야 해수부가 인양관련 구체적 보고서를 작성해 둔 것으로 밝혀지면서, 실종자 가족들은 “몸도 마음도 절벽으로 내몰리는 것 같다”며, 절망에 싸여있다. 이는 “그렇게 수색을 오래했으니, 이제 인양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여론을 만들어서, 세월호 문제의 종결을 선언하려는 정부와 새누리당의 시도라도 밖에 볼 수 없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수색상황을 보면, 아직은 철저한 수색이 우선임을 알 수 있다.
벌써 5개월 이상의 시간이 지났지만, 수색을 할 수 있었던 날은 절반도 되지 못했고, 그 절반의 날들도 하루에 몇 시간밖에 수색을 진행하지 못했다. 오랫동안 충분히 수색을 다했는데 못 찾는 것이 아니라, 정부는 지금까지도 세월호 각 격실에 대한 수색을 완료하지 못한 것이다.
특히 최근 가족들의 요구에 의해 도입된 해수 성분분석 시스템인 ‘전자코’에 의해, 열 곳의 격실에 실종자들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었는데, 그 추정구역에 대한 집중수색도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 이에 우리는, 이대로 세월호 종결을 선언하고 실종자들을 바다에 가두려는 저들의 시도에, ‘가만히 있지 않겠다.’며, 진실규명과 철저한 수색이 우선임을 촉구할 것이다.

발 딛을 틈도 없던 진도체육관은, 이제 돌아오지 못한 열 명의 실종자의 가족들과 소수의 자원봉사자들만 고립된 섬처럼 남겨져 있다. 체육관 실내의 맨 앞에는 대형 모니터가 24시간 세월호가 침몰한 바다를 보여주고 있다.
실종자 가족들의 일상은 수색이 진행되는 날에는 바지선에 올라 수색상황을 지켜보고, 수색이 진행되지 못하는 날에는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도 그럴 것이 반 년 가까이 팽목항과 실내체육관에서 애태우며 살아가면서, 면역력이 급격히 저하된 상태이다. 누나를 기다리던 동생은 폐렴이 악화되어 폐의 2/3를 잘라냈다. 뇌에 종양이 발견된 엄마는 딸을 기다려야 한다며 수술을 거부하고 있다. 그렇게 매일 4월 16일 참사를 반복하며 살아가고 있다.

지난 봄, 노란리본을 달고 생존자를 기다리던 국민들의 간절함은, 언제부터 주검만이 돌아오고 더 이상의 생존을 기대할 수 없는 물리적 시간이 흐르면서, 팽목항은 그렇게 점점 잊히고 있는지 모르겠다.
깊어지는 고립감 속에서 살아가는 가족들에게 “마지막 한 사람이 돌아올 때까지 함께 기다리겠다”는 마음을 전하며, 그간 매주 금요일 ‘기다림의 버스’가 진도체육관과 팽목항을 향했다.
그리고 하늘이 열린 날인 오늘 개천절에, 전국 각지에서 기다림의 버스가 팽목항을 향한다. “잊지 않을게” “끝까지 기다릴게” “끝까지 밝혀줄게”라며, 지난봄에 한 그 약속과 마음을 잊지 않고 행동하기 위해, 팽목항에 모인다.
팽목항에서 모인 마음들이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들을 함께 기다릴 것이다. 단 한 사람도 구하지 못한 정부가, 단 한명의 실종자라도 놓쳐서는 안 된다고, 철저한 수색과 지원을 촉구할 것이다.
팽목항에서 실종자들의 이름을 부르며, 어서 돌아오라고, 진실만은 침몰하지 않게 함께하겠다고 약속할 것이다. 진실을 가두려는 특별법 합의를 규탄하고, 실종자들을 바다 속에 그대로 가두려는 시도를 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선언할 것이다.

‘10’명의 숫자가 ‘0’이 될 때까지, 우리의 함께하는 기다림과 부름은 계속될 것이다.

단원고 학생 조은화, 허다윤, 황지현, 남현철, 박영인 학생,
단원고 교사 양승진, 고창석 선생님,
일반인 실종자 이영숙, 권재근님, 권혁규 어린이.
어서 돌아오세요. 함께 기다리겠습니다.

2014년 10월 3일
팽목항으로 향하는 전국 기다림의 버스 참가자 일동

10714208_718954274837806_771294534114539892_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