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반년, 진상규명 시작조차 못했다
모든 것이 바뀌었어야 했지만,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유가족 의견 반영된 특별법 제정해 진상규명 시작해야
오늘(10/16)로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고 반년이 지났다. 참사 직후 우리는 모두 참담해 했고, 부끄러움으로 세월호 이전처럼 살 수 없다고 다짐했었다. 대통령은 모든 책임은 자기에게 있다며 국가개조를 이야기했었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바꾸겠다던 정치세력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마치 참사가 없었던 듯 ‘경제를 살리자’며 세월호 지우기에 앞장서고 있다. 이 정도면 되었다며 정치인들끼리 특별법에 합의하고 성역 없는 진상규명을 위한 가족들의 간절한 요구를 걷어차 버렸다. 여전히 유가족들은 청와대 앞과 광화문 광장에서 풍찬노숙 중이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의 시작인 세월호 특별법은 여전히 제정되지 않았다. 본격적인 진상규명은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모든 것이 바뀌었어야 했지만,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지난주 검찰의 세월호 수사 결과 발표가 있었고, 감사원의 감사결과 발표가 있었다. 검찰의 세월호 수사는 왜 가족들이 독립된 수사와 기소를 원하는지 증명해 줄 뿐이었다. 검찰은 수사하고 싶은 것만 수사했다. 정작 국가가 국민을 생명을 지켜야 할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해경 몇 명을 사법처리하는 꼬리 자르기로 책임을 묻지 않았다. 감사원 감사도 마찬가지다. 감사원은 지난 10일 세월호 침몰사고에 관한 최종감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정작 컨트롤타워인 청와대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심지어 감사원은 청와대의 답변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결국 검찰과 감사원이 나서 정부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발급한 것이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 수사지휘권과 기소권을 독점한 검찰과 정부기관에 대한 감사 권한을 가진 감사원은 진상규명의 의지도 능력도 없음이 확인되었다. 심지어 진상규명의 첫 단추인 사고 원인을 밝히는 항적도조차 유가족들이 직접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 로그데이터에 대한 증거보전을 신청하고서야 완성되었다. 참사의 진상규명을 가장 원하는 것은 유가족들이다. 죽은 자식들과 가족들에게 왜 죽었는지 그 이유만이라도 제대로 밝혀주겠다는 유가족의 의지를 반영하여 성역 없는 진상조사가 가능한 ‘세월호 특별법’을 시월 안에 제정하고 본격적인 진상조사를 시작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하여 국가의 구조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는 수사와 기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다. 세월호 특별법 여야협상에서 유가족들이 특검 추천에 참여하는 것조차 새누리당과 청와대가 거부한 것은 그 이유가 분명하다. 대통령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인물을 특별검사로 임명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수사와 기소를 담당할 특검 추천과정에서 정작 배제되어야 하는 사람들은 사실상 가해자이자 책임자인 정부와 청와대, 그리고 여당인 새누리당이다. 진상조사특별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해 달라는 요구에서 한 발 물러나 최소한 특검 추천과정에 참여하게 해달라는 유가족들의 최소한의 요구조차 받아들이지 않고 제멋대로 합의한 9월 30일 여야합의는 그래서 용납될 수 없다. 유가족 참여는 추후 협의 사항으로 두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것이었다. 어제 여야가 다시 협의를 시작했다고 한다. 여야는 유가족을 무시한 합의를 반성하며 철저한 진상규명이 가능한 특별법 제정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정부가 나서서 진실을 밝히지 않는다면 시민들이 나서서 진실을 규명할 것이며 책임져야 할 이들은 준엄하게 심판할 것이다
시민들과 유가족이 특별법을 만들고자 한 것은 다시는 이런 참사가 벌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의지였다. 정부는 재발을 방지하고 안전사회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안전에 대한 관리감독은 부실하고 안전규제도 완화되고 있다. 연안여객선의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대책을 내놓았지만, 홍도 유람선 사고가 발생한 것은 참사의 원인을 제대로 규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오히려 안전대책이라며 안전산업 육성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안전에 대한 정부 책임을 강화하기는커녕 안전을 돈벌이 수단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한 사회를 만들자고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함께 할 것이다.
광화문 광장에 나오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촛불을 든 시민들이 줄었다고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안전한 나라 건설을 바라는 시민들의 의지가 식었다며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뭉개고 넘어가려고 한다면 그것은 오산이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도 잊히지 않는 것이 있다. 사람들의 가슴과 영혼에 새겨진 상처가 그것이다. 세월호 참사는 유가족들뿐만 아니라 이 땅에 함께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가슴과 영혼에 새겨진 상처이다. 그 상처의 치유는 철저한 진상규명으로만 시작될 수 있다.
2014년 10월 16일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 사진: 해양경찰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