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학교 당국은 자치공간인 학생회실에서
세월호 유가족 간담회를 했다는 이유로
학생회장의 장학금 지급을 거절한 계획을 철회하라
지난 10월 15일, 성균관대학교는 세월호 유가족 간담회를 학생회실에서 했다는 이유만으로 조형훈(23) 생명공학대학 학생회장에게 등록금의 70%를 돌려주는 ‘공로장학금’을 줄 수 없다고 통보했다고 한다. 성균관대의 이러한 처사는 진리의 상아탑이라고 할 수 있는 대학 내의 탐구 활동을 극도로 위축시키는 일이며, 자유로운 의견교류와 토론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논의를 가로막는 반민주적인 행위라 규정할 수밖에 없다.
이에 앞서 학교 당국은 지난달 24일 개최 예정이었던 세월호 유가족과의 간담회가 ‘정치적 행사’라고 규정하며 장소 사용을 불허하기도 했다. 전국의 수백 개 대학 중 거의 유일한 사례다. 유가족 간담회를 불허한 행위야말로, 가장 정치적인 행위다.
이에 학생들은 학생 자치공간인 생명공학대학 학생회실에서 유가족 3명을 모시고 간담회를 진행하였는데, 학교 당국은 그것을 이유로 장학금 지급 거절을 통보하며 학생 자치 활동을 탄압하고 있다. 이는 전두환 노태우 정부 시절에도 없었던 일로, 민주주의 역사의 시계를 70년대로 돌려놓는 폭거이다.
특히 성균관대 관계자는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학생회실은 학생들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공간이지만 엄연히 ‘학내’이기 때문에 ‘외부인’이 들어와 행사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예전에도 종교단체와 다단계회사 등이 학내에서 무단으로 행사를 벌여 문제가 된 적도 있다”고 언급했다고 한다. ‘세월호 유가족 캠퍼스 간담회’를 종교단체, 다단계회사의 행사 수준으로 취급한 것이다.
세월호 참사가 어떤 참사인가? 온 국민이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 304명이 절명한 사건 아닌가! 어른들의 “가만히 있으라”는 말만 듣고 아이들이 탈출을 시도해보지도 못하고 스러져간 사건 아닌가! 구조를 책임져야 할 국가가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한 참사 아닌가! 당연하지만 이후엔 이러한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말아야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선 당연히 학문적, 이론적, 실천적 접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대학생과 유가족이 직접 만나는 대화의 자리를 마련한 것은 미래를 책임져야 할 대학생으로서 당연한 행보이고, 그것이 바로 대한민국을 바꾸는 첫 출발점이다. 이러한 소통의 자리를 다단계 행사 정도로 취급하는 학교 관계자의 자세에 심한 유감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전국 80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와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는 성균관대학교 당국에 다시 한 번 간곡히 호소한다. 조형훈(23) 생명공학대학 학생회장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라. 그것이 가장 민주적이며 인도적인 행동이고, 교육자로서 책임 있는 행위라 할 수 있다.
2014년 10월 27일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