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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돌아오세요”

2학년 1반 조은화양의 책상에는 누군가가 ‘너 진짜 계속 결석할 거니? 제발 은화야’라고 쓰인 쪽지가 붙어 있습니다.
조은화 님은 “배가 45도 기울었어.”라는 문자메시지를 전한 후 아직까지 소식이 없습니다.
조은화 님, 어서 돌아오세요.

힘들어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는 허다윤 님은 수학여행 가기 몇일 전 활짝 웃으며 가족사진을 찍었습니다. 4월 16일 가족사진은 도착했는데 허다윤 님은 아직 오지 못했습니다.
허다윤 님, 어서 돌아오세요.

음악을 좋아했던 남현철 님은 ‘사랑하는 그대여’의 노랫말을 쓰기도 했습니다. 팽목항에는 남현철 님의 손길을 기다리는 기타가 바람에 노래를 부릅니다.
남현철 님, 어서 돌아오세요.

박영인 님은 4월 17일 시신이 수습됐다고 알려졌으나 이후에 다른 학생의 시신이었음이 확인되었습니다. 뜀박질을 잘했다던 박영인 님은 아직까지 뭍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박영인 님, 어서 돌아오세요.

학교 뒷산에 사과나무를 심던 사람이었던 양승진 님은 아이들에게 과자를 사먹으라고 돈을 쥐어주며 웃던 모습을 CCTV 영상에 마지막으로 남긴 후 아직 만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양승진 님, 어서 돌아오세요.

고창석 님은 고슴도치 머리라 “또치 샘”으로 불렸다고 합니다. 수영을 아주 잘 하는 체육교사였던 고창석 님은 아직 바다를 건너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고창석 님, 어서 돌아오세요.

네 살짜리 여동생에게, 자신이 입었던 구명조끼를 벗어서 건네주었던 권혁규 님을 기억하시나요? 여섯 살 남자아이였던 권혁규 님은 아직 여동생을 만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권혁규 님, 어서 돌아오세요.

권혁규 님의 어머니 한윤지 님은 4월 23일 죽은 몸으로 바다에서 올라왔습니다. 그런데 아버지 권재근 님은 아직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어린 딸은 무등을 태워주기로 했다며 기다리고 있습니다.
권재근 님, 어서 돌아오세요.

이영숙 님은 일을 하느라 아들과 떨어져 살고 있었습니다. 제주에 살고 싶다는 아들과 함께 살려고, 집을 얻어 짐을 옮기던 중이었는데, 아들을 아직 만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영숙 님, 어서 돌아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