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대책위 기자회견] 이준석 선장 등에 대한 광주지방법원 2014고합180 선고 관련 기자회견

이준석 선장 등에 대한 광주지방법원 2014고합180 선고 관련 기자회견

2014년 11월 11일(화) 오후 2시 30분, 광주지방법원 정문 앞

광주지방법원은 오늘(11/11) 오후 1시, 세월호 선장 이준석 등에 대한 사건(광주지방법원 2014고합180)에 대한 판결을 선고했습니다. 세월호 참사에 관한 법원의 첫 판결선고입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 대책위원회’는 오늘 오후 2시 30분, 광주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위 판결에 대한 입장 및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다른 사건의 진행에 대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기자회견문>

세월호 참사 후 210일, 선장과 선원에 대한 첫 재판이 열렸던 날로부터 155일이라는 긴 시간을 기다린 끝에 세월호 참사에 대하여 처음으로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이에 오늘 판결과 다른 관련 사건에 대한 저희 가족들의 입장을 밝히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오늘 판결에 대한 것입니다.

첫 재판기일에서 저희 가족들은 재판부께 피고인들이 자신들만 살겠다고 도망가던 그 순간에 탈출하라는 방송을 단 한 번이라도 제대로 했다면, 저희 아이들을 포함한 대부분의 승객들이 살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또 피고인들은 “승객이 죽든 말든 상관없다. 죽어도 어쩔 수 없다.”라는 생각을 한 것이 분명하고, 그렇기에 살인이 분명하다고도 말씀드렸었습니다. 그리고 피고인들이 죽인 것은 승객뿐 만이 아니라 저희 가족들의 영혼과 우리 사회의 기본적인 신뢰라는 것 또한 말씀드렸었습니다. 그리고 철저한 진실규명과 엄중한 처벌을 해 달라고 부탁을 드렸습니다.

저희 가족들은 그 동안 국회에서, 광화문에서 또한 청운동에서 진상규명과 이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을 하였지만, 이 나라는 저희 가족들의 바람을 제대로 들어 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오늘 선고 결과 또한 그렇게 느껴집니다.

저희 가족들은 적어도 재판부께서 총 책임자인 선장 이준석에게 사형을 선고함으로써 타인의 생명을 지킬 의무가 있는 자가 의무를 저버리고 자기 목숨을 구하기 위하여 수백 명의 사람들을 희생시켰을 때 결국 자신의 생명도 보전할 수 없을 것이라고 천명해 주시기를 바랐습니다. 하지만 저희 가족들의 기대는 무참히 무너졌습니다.

피고인들은 사고 발생 시부터 침몰 시까지 한 시간이 훨씬 넘는 시간 동안 무전기와 휴대폰 등으로 선내방송을 하고 있는 승무원에게 연락을 하거나 해경에게 적극적으로 요청하는 방법으로 퇴선명령을 할 수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그 때문에 결국 295명이 사망하고, 9명은 실종상태이며, 살아 나온 사람들도 모두 트라우마를 겪고 있고, 그 가족들까지 모두 일상적인 삶을 잃어 버렸습니다.

그럼에도 피고인들은 자신들의 죄를 인정하지 않고, 변명만을 하여 저희 가족들에게 또 한 번 상처를 주었습니다. 저희 가족들은 피고인들에게 매 기일 제발 진실을 말해 달라고 간청했지만, 피고인들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질문에 대해서는 기억이 안 난다는 성의 없는 대답으로 일관하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부분은 매우 세세한 부분까지 똑똑히 진술하였습니다. 누가 봐도 피고인들은 진실을 말하지 않은 것입니다. 내 자식이 왜 죽었는지 알려 달라는 저희 가족들의 마지막 간청까지도 져버린 것입니다.

그런데도 피고인들을 이렇게밖에 처벌할 수 없는 것인지 저희 가족들을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것이 과연 법이라는 것인지, 누구를 위한 법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희 가족들은 검찰에 이 사건 판결에 대해서 항소를 하여 피고인들이 합당한 처벌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강력히 요청합니다.

다음으로 청해진 선사에 대한 재판에 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발단은 노후한 선박에 대한 운항허가, 안전을 도외시한 개조, 불법적인 과적이었고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생명보다는 돈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경영방침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발단과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한 책임자들은 제대로 처벌받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이 모든 불법에 개입되어 있는 청해진 해운의 책임자 김한식 대표는 고작 징역 15년을 구형받았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청해진 해운의 임직원과 고박업체인 우련통운의 임직원들은 고작 징역 4, 5년을 구형받았을 뿐입니다. 게다가 세월호를 운영하여 얻은 대가를 챙긴 유병언의 아들 유대균은 고작 3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이런 상태라면, 세월호 참사는 언제든지 반복될 수 있을 것입니다.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면, 몇 년 감옥에 사는 것은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언제든지 다른 사람의 생명보다는 돈을 택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도 그랬습니다. 총 501명이 사망하고, 937명이 부상을 당하고, 6명이 실종되었던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때도 건물이 무너질 것을 알면서도 손님들은 그대로 두고 혼자만 빠져 나간 대표이사는 업무상과실치사상과 뇌물공여죄로 고작 7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을 뿐입니다. 결국 우리 사회는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이후 사람의 생명이나 안전보다 돈을 우선시하는 구조를 바꾸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더 이상은 안 됩니다. 이제 돈과 안전을 바꿔치기하여 사람의 목숨을 죽음에 이르게 한 자들에게 엄중히 경고를 해야 합니다. 따라서 저희 가족들은 11월 20일에 있을 청해진 해운 임직원 등에 대한 재판에서 재판부가 다시 한 번 이 참사와 같은 사고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강력한 의사를 보여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123정 정장 등에 대한 재판에 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세월호의 선장과 선원 그리고 청해진 선사에 대한 재판에도 불구하고 저희 가족들이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의문은 여전히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해경이 왜 퇴선명령을 하지 않았는지, 구조에 왜 그렇게 소극적이었는지, 피고인들이 선원이라고 밝혔음에도 피고인들을 먼저 구했는지에 대해서 전혀 납득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부분들은 앞으로 진행될 해경 123정장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상 사건에서 명백하게 밝혀져야 할 것입니다. 저희 가족들은 이 재판에서 진실이 밝혀지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오늘의 결과는 결코 만족할 수 없지만, 그동안 가족들의 말에 귀 기울여 주신 재판부와 검사님들께 감사드리고, 앞으로 남은 사건에 대해서 최선을 다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또한 재판이 열릴 때마다 따뜻하게 맞아주신 광주의 상주모임분들과 이 재판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주신 국민분들에게 특별히 감사드립니다.

감사드리는 마음과 별개로 송구스럽지만, 지금까지 저희 가족들을 지지해 주시고 함께 해 주신 분들께 어쩌면 길고 험난할 남은 여정도 함께 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아직 아홉 분의 실종자들이 가족들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형사재판도 아직 끝난 것이 아닙니다. 세월호 특별법에 따른 진상규명은 이제 곧 시작될 것입니다. 저희 가족들만으로는 여기까지 올 수도 없었고, 앞의 길을 헤쳐 나가는 과정에서 여러분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그 길의 끝에 모든 국민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사회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리고, 부탁드립니다.

2014년 11월 11일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