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제대로 된 지원은 참사를 막는 첫걸음이다

제대로 된 지원은 참사를 막는 첫걸음이다

피해자 지원 턱없는 시행령 공포 규탄 성명

 

최근 정부는 416세월호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이하 “지원특별법”)에 따른 시행령(이하 “지원시행령”)을 공포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들이 지원시행령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지만 공포된 지원시행령은 이를 전혀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재난안전가족협의회와 세월호참사 국민대책회의는 강한 규탄 의지를 담은 성명서를 발표합니다.

예기치 않은 참사로 피해자들 삶이 한 순간에 파괴되었습니다. 사회는 이들이 원래 살던 삶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조력해야합니다. 그것은 참사를 당한 피해자를 위한 일임과 동시에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공동체의 당연한 노력입니다. 이들에게 주는 형식적이거나 시혜적 지원은 오히려 상처가 됩니다. 피해자 중심의 지원책은 피해자들이 누려야할 권리이며 국가가 책임져야할 의무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416세월호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이하 “지원특별법”)에 따른 시행령(이하 “지원시행령”)은 큰 문제를 담고 있습니다.

대규모 참사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들이 겪기 마련인 트라우마 등 정신적 상처에 대한 치료는 충분한 기간 보장되어야 합니다. 재난과 참사를 겪은 재난안전가족협의회 구성원들 중 다수는 참사 이후 십 수 년 지난 현재까지도 여전히 신체적, 정신적 상처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외국 사례를 보더라도 정신적 상처는 참사 직후보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야 발병하는 특이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10년이 지나서 갑자기 발병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지원시행령은 심리적 치료를 5년간만 보장하기로 하였습니다. 이는 피해자들이 앓고 있고, 앓을 수 있는 정신적 상처에 대한 특성을 완전히 무시한 것입니다. 현재까지 입원 치료중인 피해 당사자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의료지원은 1년에 불과합니다. 화상 등 일부 상해의 경우 그 치료기간이 매우 길다는 점도 고려되지 않았습니다.

또한 재난안전가족협의회 경험에 비추어 치유를 위한 휴직도 실효성 있는 기간을 보장해야 가능합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피해자들은 고용과 생계에 있어서 정부의 실효성 없는 정책에 의해 고통 받아 왔습니다. 많은 피해자들의 가정이 참사 피해와 경제적 어려움의 이중 고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정부 지원 대책에 있어 생계와 고용의 보장을 위한 적극적 노력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런 마당에 지원시행령은 터무니없이 짧은 기간만 보장하고 있습니다. 현재 참사 상처로 수면과 식사 등 기초적인 생활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짧은 기간 동안 추스리고 다시 일터에 나가 일하라고 하는 것은 잔인한 일입니다.

수업료 지원, 긴급생계지원, 공동체회복프로그램지원, 안산트라우마센터건립 등 무엇 하나 피해자들을 중심으로 수립된 정책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피해자들을 원래 생활로 복귀시켜야 한다는 기본 원칙에 부합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최대한 아무것도 베풀지 않으려는 노력이 눈물겨울 정도입니다. 참사 초기부터 피해자들을 감시하고 피해 상황을 감추거나 진실을 은폐하려고 했던 모습이 지원 대책에도 여지없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구조에도 실패했고, 지원에도 실패했고, 세월호 참사의 어디에도 책임 있는 정부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정부는 다시금 모든 지원대책에 피해자를 중심에 두어야 합니다.

곧 세월호 참사 1년이 됩니다. 아직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조사위원회는 출범도 하지 못했고, 예산과 인력규모 등이 축소한 정부 안이 시행령으로 제시된 것으로 보도되고 있습니다. 지금도 세월호 선체 인양은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세월호 참사 피해자에 대한 지원과 배상 보상 역시 시작되지 못했습니다. 나라 전체가 슬픔에 빠졌지만, 아무 것도 변한 것 없이 1년을 보냈습니다.

피해자가 받아야할 배상과 보상을 포함한 지원은 권리입니다. 그것은 단순한 예산 문제가 아닙니다. 다시는 참사가 벌어지지 않도록 막기 위해 우리 사회가 마땅히 치러야할 사회적 비용입니다. 그러한 비용을 두고 피해자를 혐오하게 만들고 사회를 갈등하게 만든다면 그 책임은 정부가 져야 합니다. 정부가 나서서 피해자 권리를 지원하지 않고 마땅한 권리를 누려야할 피해자들은 기준과 원칙도 없는 지원책으로 인해 또 다른 상처를 받고 있습니다. 선체 인양도 비용문제, 지원 대책도 비용문제로 거론하는 정부 앞에 피해자들의 아픔은 깊어만 가고 있습니다. 정부는 도대체 국민 안전과 인권보다 더 먼저 계산될 것이 무엇인지 답해야 합니다.

재난안전가족협의회는 참사로 인해 가족을 잃은 사람들입니다. 국가의 무능과 부패를 몸소 겪었고 아직도 불신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 역시 우리 같은 아픔을 겪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국민들 역시 우리 같은 고통과 슬픔에 빠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서 지금이라도 정부는 나서서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들에 대한 지원에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주기 바랍니다. 더 이상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을 위한 국가는 없다”는 말이 들리지 않았으면 합니다.

 

재난안전가족협의회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