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주기 박근혜 대통령 대국민담화에 부쳐
국민을 버리고 대통령만 탈출했다
지난 1년 국가로부터 위로받지 못한 희생자와 그 가족들의 아픔이 통곡의 바다를 채우는 오늘, 국민 모두가 그들의 아픔에 함께하며 진실을 기다리는 오늘, 대통령의 담화문은 참담하다.
대통령은 세월호 인양에 대해 “진지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필요한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해서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선체 인양에 나서도록 하겠다”고 했다. 아직 돌아오지 못한 9명의 실종자가 있는데 지금까지는 진지하게 준비하지도 않았다는 것을 고백했을 따름이다. 기술 검토가 이루어진 지 이미 오랜 시간이 흘렀음이 확인된 지금 ‘빠른 시일 내에’라는 정치적 수사는 하나마나한 소리일 뿐이다. 우리가 듣고 싶었던 것은 ‘지금 당장’ 인양에 나서겠다는 결정이었다.
진상규명과 관련해서 “민관 합동 진상 규명 특별조사위원회가 출범하여 곧 추가적인 조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진상규명을 방해하는 대통령령안을 내놓고 특별조사위원회 출범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정부다. 곧 조사가 진행되기를 바라는 가족들의 마음을 짓밟은 것도 정부다. 그런데 마치 특조위가 출범한 것처럼 국민들 눈을 속이고, 정작 성역 없는 진상조사를 가로막고 있는 자신의 위치를 숨긴 담화문일 뿐이다.
참사 이후 희생자와 그 가족에 대한 지원이 모두 실패했음이 속속히 드러나고 있는데, 정부가 다각적인 지원을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오히려 정부는 희생자들이 마땅히 받아야할 권리를 짓밟으며 돈으로 희생자를 모욕했다. 그런 마당에 피해 배보상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은 돈이면 된다는 천박한 표현에 다름 아니다. 돈으로 살 수 있는 생명과 인간의 존엄이 있으면 대통령이 당장 내 놓으라.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한 사회를 만들자는 가족과 국민의 열망을 배반한 것은 누구인가. 반성 없는 탐욕은 안전을 돈벌이로 만들겠다는 안전산업 육성대책으로 발표되고, 특별조사위원회가 종합적인 안전대책을 마련하려는 것조차 해양선박사고에 한정한 것이 정부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다시 국민들에게 ‘안전불감증’ 탓을 돌렸다. 안전을 해체한 정부는 알아서 살아남거나 안전하고 싶으면 돈을 내라고 국민들에게 명령하고 있다.
대통령은 “가족의 모습으로 돌아가서” 고통에서 벗어나라고 한다. 까닭모르고 죽어간 희생자들에게 진실을 말해주고 싶은 절박한 마음이야말로 가족의 모습이다. 그래서 모든 국민들이 함께 하고 있다. 그러나 진상규명의 의지는커녕 방해하려만 들고, 진실을 요구하는 가족과 국민들을 경찰로 막아선 정부가 감히 할 소리인가. 누가 그들을 고통에 빠뜨렸고 눈물 흘리게 했는지 대통령은 정녕 모르는가? 아니면 절규하는 유가족을 향해 ‘가만히 있으라’고 다시 협박하고 있는 것인가?
오늘 유가족들은 ‘대통령령 폐기’ ‘세월호 온전한 인양’이라는 답을 기다리다 추모를 포기했다. 마지막 1분 1초까지 대답을 기다리던 그들 마음이 파도친다. 눈물이 흘러 분노로 가득차고 있다. 1년 전 오늘도 대통령은 없었다. 세월호 참사 1년이 지난 오늘도 대통령은 없었다. 희생자에 대한 예를 다하지 못하는 정부와 대통령은 필요한가? 대통령이 국민을 버렸다면, 국민도 대통령을 버릴 수밖에 없다. 진상규명 가로막고 안전사회의 책임을 국민에게 떠넘긴 당신은 자격이 없다. 국가의 주인인 우리가 오늘 청와대로 가겠다.
2015. 4. 16.
4.16연대(4.16가족협의회,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 그리고 함께 하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