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소문1

[호소문] 진실을 향한 발걸음을 멈출 수 없습니다!

1년 전의 약속을 지켰습니다.
‘짐승의 시간’이 지나고 있습니다. 1년 전 세월호 참사를 목도한 우리는 유가족과 함께 울었고, 분노했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우리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침몰하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망가질 대로 망가진 정치와 사회의 민낯을 그대로 확인했습니다. 국민을 살리기는커녕 국민을 사지로 몰아넣는 정부와 정치권, 언론의 행태를 생생하게 목격했습니다.
유가족을 비롯한 피해자들을 위로하기는커녕 조롱하고 모욕을 주는 정치권과 언론의 행태, 인권은 사라지고 그 빈 자리를 혐오가 채우는 역겨운 모습을 보아온 우리입니다. 그 짐승의 시간을 견디고 더욱 강해진 유가족을 비롯한 피해자의 곁을 우리는 지켰습니다. 1년 전 잊지 않겠다고, 함께 행동하겠다고 약속한 대로 잊지 않고 모였고, 행동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비롯한 피해자들이 지난 1년 끔찍한 지옥의 시간을 견딜 수 있도록 잡은 손 놓지 않았던 국민 여러분, 너무 고맙습니다. 우리는 잡은 손 놓지 않았기에 서로에게 힘이 되고 희망을 만들 수 있습니다.

부패한 정권이 세월호 참사의 진실규명을 막고 있습니다.
1년 동안 폭력과 모욕과 거짓으로 일관했던 정부는 지난 3월 말 총체적인 공세를 취하기 시작했습니다. 진실규명이 불가능하도록 특별법을 무력화하는 시행령안(대통령령안)을 발표하였고, 세월호 인양을 흘리면서 동시에 돈을 흔들어대면서 세월호 지우기에 나섰습니다. 모욕에 치를 떨던 유가족은 눈물의 삭발을 단행했고, 아이들의 영정을 들고 다시 안산에서 광화문까지 도보행진을 나섰습니다. 그로부터 국민들은 다시 광장에 모였고, 경찰의 위헌 차벽을 넘었습니다. 4월 11일, 4월 16일, 4월 18일…매번 우리는 차벽에 가로막히고 경찰의 폭력에 온 멍이 들었고, 심지어는 유가족들을 비롯한 많은 시민들이 연행되고 부상을 입기도 했습니다. 6중의 철통 차벽으로 그리고 폭력과 연행으로 우리의 행동을 가로막으려 했습니다.
이 나라는 총체적인 위기에 빠져 있습니다. 세월호에서 죽은 사람만이 아니라 매일매일 국민들이 생의 벼랑 끝에서 자살하고, 산업현장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이 있는 나라입니다. 생명과 안전은 도외시한 채 국민의 죽음 위에서 권력과 부를 더 많이 누리려는 탐욕스런 악마들이 지배하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그 정점에 대통령이 있습니다. 대통령은 1년 전 국민이 죽어갈 때도 없더니 1주기였던 올해 4월 16일에도 도피성 외유에 나섰습니다. 이런 대통령이 필요 없다고 외침에도 불구하고 귀 막고 있습니다. 부패한 정권이 쓰레기 시행령을 포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진실규명을 가로막고 나섰습니다. 뭉그적거리다가 이제야 세월호 인양을 발표한 부패정권에 일침을 가합시다. 국민의 힘을 보여줍시다.

25일 진실과 추모의 행진, 5월 1일 철야행동
우리는 모일 때마다 더욱 강해졌습니다. 급기야 4월 18일에는 6중의 차벽을 뚫고 광화문 앞의 유가족들을 만났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차벽으로 막으려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습니다. 헌재의 결정마저 무시한 상습적인 불법기관인 경찰을 무력화시킬 수 있음을 우리는 확인했습니다. 우리는 뜨거웠고, 우리는 하나가 되었습니다. 이런 힘이 무서워 국민대책회의에 대한 탄압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걸 두려워할 우리가 아닙니다.
25일에는 추모할 우리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평화적인 추모행진에 나섭니다. 중고생들은 교복을 입고, 노동자들은 작업복을 입고, 성직자들은 성복을 입고, 의사들과 간호사들은 흰색 가운을 입고, 손에 손에 노란 깃발을 들고 우리는 모일 것입니다. 여론의 질타를 당하고 있는 경찰은 차벽을 세울 수 없습니다. 만약 다시 경찰이 차벽을 세운다면 그 차벽 앞에서 완강한 저항을 할 것입니다. 가장 평화적인 방법으로 4월 16일에도, 18일에도 하지 못한 헌화와 분향의 추모의식을 치룰 것입니다. 국민문화제에서는 부패정권을 규탄하고, 부패정권에 의한 쓰레기 시행령 폐기를 외칠 것입니다. 지방에서도 각 지역의 실정에 맞게 준비되는 대로 추모행사든 행진이든 함께 해주시기 바랍니다.
다음 주는 도망갔던 대통령이 돌아오고, 정부의 시행령안이 차관회의에 상정되는 중요한 한 주입니다. 우리는 5월1일 노동절에 다시 모여서 철야행동에 들어갑니다. 전국에서 모이는 노동자와 함께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세월호 참사의 진실규명이 필요함을 힘으로 확인할 것입니다. 우리의 길을 썩은 내가 진동하는 이 부패정권이 막을 수 없습니다. 우리를 가로막으면 이 정권은 몰락의 길로 빠르게 침몰할 것임을 경고합니다.

우리는 끝까지 갑니다.
우리의 끝은 우리가 정합니다. 유가족을 비롯한 피해자들에게는 진실을 알 권리와 정의를 실현할 권리가 있으며, 돈 만이 아닐 제대로 된 배상을 받을 권리가 있으며,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와 그 후 1년의 과정을 지켜본 우리는 유가족이나 실종자 가족이나 생존자들과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들이 찾지 못하는 권리는 우리의 권리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권리를 찾아 실현할 때 비로소 이 사회는 안전사회가 될 것이며, 보다 민주적이고 평화적인 나라가 될 것입니다. 더 이상 돈과 경쟁으로 생명과 안전을 빼앗길 수 없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 안전사회를 만드는, 지금까지 그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우리는 가야 합니다. 우리의 끝은 그때야 볼 수 있습니다.
전국에서 그리고 해외에서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고 행동하시는 국민 여러분, 우리는 다시 모일 것이고, 더욱 커질 것이고, 더욱 강해질 것입니다. 악의 세력의 지배를 단호히 거부하고, 진실이 승리하는 행진에 기꺼이 함께 합시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 우리의 후손들의 존엄을 위해, 우리 자신의 행복을 위해 걷고 싸우고, 외칩시다.
고맙습니다.

2015.4.23.

4월16일의 약속 국민연대(4.16연대) 상임운영위원
전명선(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박래군(세월호참사 국민대책회의 공동운영위원장)
정세경(엄마의 노란손수건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