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들을 앞에 두고 국회 세월호 침몰사고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이하 “특위”) 소속 의원들은 크게 다음과 같은 사항을 약속하였습니다.
우선 국회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실종자 수색을 최우선으로 하고, 이를 위하여 특위 소속 의원들 중 여, 야 각 1인씩을 진도에 상주시키겠다.
다음으로, 국정조사가 세월호 참사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들의 의문을 해결하기 위하여 희생자와 실종자의 가족들을 예비조사단계에 폭넓게 합류시키겠다.
그리고 여와 야가 정치적 입장이 달라 국정조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때에는 가족들의 의사를 반영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협의체를 구성, 운영하겠다.
그런데 국정조사가 시작된 후 이런 약속들은 전혀 지켜지고 있지 않습니다. 먼저 실종자의 수색을 최우선적으로 하겠다고 한 약속의 경우, 실종자 수색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만 하는 6월에 기관보고를 하겠다고 하며 무시되고 있습니다. 기관보고가 2주간 진행될 경우 그 주 대상인 해경은 준비 등으로 구조업무에 전념할 수 없습니다. 또한 충실한 기관보고가 되기 위해서라도 어제야 비로소 확정된 예비조사원들이 활동할 예비조사기간을 어느 정도 보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루하루 장마가 다가오는 이 순간 실종자 가족을 비롯한 모든 가족들은 장마가 시작되기 전에 실종자 수색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그리고 충실한 진행을 위하여 기관보고를 7월 중으로 미루어야 함을 분명히 합니다.
그리고 국정조사에 가족들을 폭넓게 참여시키겠다는 약속은 겨우 4명의 예비조사원 참여로 돌아왔습니다. 정치적인 이해득실을 따지지 않고 오직 진실규명만을 추구하는 가족들이 추천한 전문가들은 자신의 이해득실을 따질 수밖에 없는 여야가 추천한 전문가보다 못할 수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겨우 4명의 예비조사원만 인정하겠다고 하는 것은 단순한 생색내기에 불과합니다.
마지막으로 여·야가 입장을 달리하여 국정조사가 표류할 때 가족들의 의사를 반영하여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약속은 가족들의 의사를 반영할 협의체 구성을 거부함으로써 철저히 무시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국정조사가 왜 망가져 왔는지 우리 가족들뿐만 아니라 국민들도 잘 알고 있습니다. 바로 정당들이 국민들의 이익이 아니라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지키려 사사건건 대결만 하여왔기 때문입니다. 아무런 정치적 이익을 따지지 않고 오직 진상규명을 통한 책임자 처벌과 재발방지만을 바라는 가족들의 눈높이에 맞는 국정조사가 이루어지는 것이 바로 국민의 이익을 위한 것인 만큼 이 약속도 지켜져야 할 것입니다.
이제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두 달이 넘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깊은 바닷속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12명의 실종자가 있고, 어이없게 가족을 잃었기에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족들이 있습니다. 사고 당시 지금까지 ‘우리를 위한 국가는 없다’는 깊은 실망감을 느껴왔던 가족들에게 국회마저 등을 돌리지 않았으면 합니다. 다시 한 번 가족들과 특위가 했던 약속들이 이루어지길 간곡하게 요청합니다.
2014. 6. 17.
세월호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