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한
세월호 가족 의료지원단 동조단식 돌입 기자회견
2014년 8월 24일(일) 오전 11시, 광화문 단식장
“세월호 가족의료지원단 동조단식”을 시작하며
지난 7월14일부터 국회와 광화문에서 시작되었던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유가족들의 단식이 8월22일 아침 급격하게 건강상태가 악화되어 병원으로 실려가신 유민아빠 김영오님을 마지막으로 모두 병원으로 실려가게 되었습니다. 자식을 잃은 부모로서 아이들이 죽은 이유를 알고 싶다며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였음에도 침묵으로 일관했던 정부와 국회에게 단식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통해 특별법 제정을 강력히 촉구하였습니다. 그럼에도 여야는 밀실야합과 유가족의 요구와는 무관한 법안만 들먹여 국민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결국에는 유가족이 바라지 않는 합의만을 반복하여 일말의 기대를 걸었던 유가족들에게 또 다시 큰 상처만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5월16일 유가족과의 만남에서 언제든 다시 만나겠다고 약속하고 5월19일 대국민담화 때에는 눈물을 보이면서까지 이 약속을 재확인하였으면서도 “세월호 특별법은 여야가 합의해서 처리해야 할 문제”이고 “대통령이 나설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본인의 책임과 약속을 헌신짝 내던지듯 내팽겨치기에 이르렀습니다.
마지막까지 단식장을 지키던 유민아빠 김영오님은 특별법 제정을 위해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을 위해 청와대로 나가 꾸준히 요구하였고 이에 대한 국민들의 동참을 호소하시다 극도로 건강상태가 악화되어 결국 22일 아침 의료진과 주변의 만류로 병원으로 실려가게 되었습니다. 입원중 수액 치료를 받으시면서도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될까지 경구섭취를 거부하는 단식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국민들을 독려하고 정부와 국회를 각성시키고 있습니다.
저희 세월호 가족의료지원단은 지난 7월13일 국회 본청에서 농성을 시작하고 7월14일 국회와 광화문에서 단식을 시작할 때부터 진료단을 구성, 의료지원을 수행해왔습니다. 그동안 많은 유가족분들이 건강을 돌보지 않은 채, 단식과 농성을 하시다 병원으로 실려가게 되었습니다. 단식 4일차에 창현이 아빠는 세월호참사와 그 이후의 일들로 피폐해진 몸 상태에서 아이들이 남긴 세월호안의 미공개영상을 보시다 결국 쓰러져 병원에 실려갔습니다. 단식 시작부터 혈압도 높고 관절염으로 고생하시던 준영이 아빠도 6일차를 넘기지 못하고 실신하여 병원으로 실려갔습니다. 단식이 무려 2주가 넘어서던 날 빛나라 아빠도 단식중에도 가족대책위의 위원장으로 일하시다가 결국 쓰러져 병원으로 가셨습니다. 병원으로 가시면서도 남은 두 사람과 함께 하지 못해 미안해하셨습니다. 단식16일차 되는날, 처음보다 혈압이 많이 낮아진 예지아빠도 결국 병원신세를 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또 연일 새누리당의 ‘교통사고’, ‘노숙자’ 등의 망언이 이어지다 8월7일 새누리당 안홍준 의원은 26일 단식을 하고 계시는 유민아빠를 두고 “제대로 단식을 했으면 벌써 실려갔어야”라는 망언을 내뱉었습니다. 생명을 가장 소중히 여겨야할 의사출신이라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의 망언이었고 이 망언으로 이미 22일간 단식하다 건강악화로 중단했던 예은이 아버지 유경근 대변인은 물과 소금도 거부한 채 단식을 하시다 삼일만에 다시 저혈당과 부정맥으로 병원으로 이송되었고 유민아빠는 의료진의 진료를 거부를 선언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유민아빠의 단식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청와대에 면담신청 하러 가는 사이 몸싸움으로 예지엄마가 입원을 경주엄마가 심한 타박상을 입는 사고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8월22일 마지막으로 광화문을 지키던 유민아빠는 혈압이 80/50까지 떨어지고 대화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서야 억지로 병원에 보낼 수 있었습니다.
의료인으로서, 사람의 건강을 해치는 일은 찬성할 수 없습니다. 어떤 투쟁을 하더라고 생명을 해치는 방식의 투쟁은 지지할 수 없고 이에 대해서는 여러차례 단식투쟁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냈습니다. 하지만 가족을 눈앞에서 잃은 유가족들이 그 어떤 목소리를 내도 정치권에서 들어주지도 않자 마지막 수단으로 택한 단식을 저희는 말릴 수 없었고 그렇게 한 분 두 분 쓰러져가는 과정을 지켜본 저희로서는 유민아빠 마저 병원으로 실려가고 그 곳에서도 단식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저희 의료지원단도 함께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7월14일 다섯분으로 시작했던 이 광화문 광장 단식장에는 이제 아무도 계시지 않습니다. 이 빈자리를 이제는 시민들이 채워줘야 합니다. 그 역할에 저희 세월호 가족의료지원단도 함께 하겠습니다. 광화문을 떠나시면서 특별법을 위해 광화문을 지켜달라던 유민아빠의 말을 지켜드리는 게 그 분들을 돌봤던 의료인의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세월호 침몰이후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을 약속하고 언제든지 만나겠다는 대통령은 목숨을 건 단식에도 만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습니다. 정치인들은 이만하면 되지 않았냐고 타협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아직 세월호는 진행중이며 우리 아이들이, 가족들이 왜 눈앞에서 죽어가야했는지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최소한의 요구인 수사권과 기소권, 유가족이 원하는 내용이 담긴 특별법제정, 이것이 관철되지 않는 이상 저희 세월호 가족의료지원단은 광화문을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동조단식단과 함께 단식을 진행하며 광장에 있는 분들을 보살펴드리겠습니다. 의료인은 필요한 곳에 있어야 하고, 의료는 이윤보다 생명을 중시해야 합니다.
“세월호 가족의료지원단”에서는 다음과 같이 선언합니다.
하나. 특별법 제정을 위한 국민 동조단식에 참여할 것입니다.
하나. 동조단식에 참여하시는 국민여러분에 대한 의료지원을 진행할 것입니다.
하나. 주변 의료인들과 함께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을 알리는 홍보와 연대활동을 진행할 것입니다.
하나. 청와대와 국회에서는 국민들의 뜻을 수용하여 조속한 특별법 제정에 합의할 것을 촉구합니다.
2014. 8. 24
세월호 가족의료지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