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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대책위 기자회견] 청와대 앞 농성 13일차 입장 발표

세월호 가족대책위 농성 13일차 입장 발표 기자회견
세월호 참사 141일, 국회 본청 앞 농성 54일, 광화문 광장 농성 52일

2014년 9월 3일(수) 오후 2시, 청운동사무소 앞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단원고등학교 학생 조은화, 허다윤, 황지현, 남현철, 박영인, 단원고등학교 양승진, 고창석 선생님, 그리고 일반인 승객인 권재근, 권혁규, 이영숙님이 하루 빨리 가족들의 품에 돌아올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오늘(9/3)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41일, 국회 본청 앞 농성 54일, 광화문 광장 농성 52일, 그리고 청운동 사무소 앞 농성 13일째 되는 날입니다. 세월호 가족대책위는 지난 8/22(금) 저녁부터 박근혜 대통령의 특별법 제정 결단과 지난 45일 동안 단식을 지속한 김영오 님의 간곡한 요청이기도 한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어제(9/2) 경찰은 485만 국민 서명을 청와대에 전달하기 위한 가족과 시민들의 삼보일배를 광화문 광장에서 막았고, 청와대는 결국 서명을 받지 않았습니다. 가족대책위는 오늘(9/3) 오후 2시,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농성 13일차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개최했습니다.


<기자회견문>

1. 어제 저희 가족들과 국민들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안전사회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위한 138만 명의 국민 서명을 청와대에 제출하려 하였습니다. 지난 7월 15일 국회에 제출한 350만 명의 국민서명까지 합치면 무려 48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특별법을 원하고 있는 것입니다.

저희 유가족들은 서명을 청와대에 전달하면서 3보 1배로 광화문 광장에서부터 청와대까지 걸어가려 했습니다. 3보 1배는 유가족의 간절함의 표현이었습니다. 스러져간 아이들은 살릴 수 없지만 특별법 제정을 통해 왜 우리의 아이들의 스러져 갔는지 알아야겠기에, 왜 한 명도 구조하지 못했는지 밝혀내야 제2의, 제3의 세월호 참사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특별법을 제정해 달라고 간곡히 호소하려한 것입니다. 또, 아침마다 아이들의 텅 빈 방에서 아이들을 잊지 못해 눈물을 삼켜야 하는 아픔을, 마지막으로 보내온 아이들의 문자를 보면서 가슴을 치는 일이 저희 세월호 참사 가족들에서 그쳐야 하겠기에, 이 고통을 또 다른 가족들이 겪게 할 수 없어, 박근혜 대통령께 간절히 호소한 것입니다.

그런데, 저희들의 행보는 얼마가지 못해 경찰들에 의해 막혔습니다. 기어서라도 가겠다고 호소했지만 꿈적도 할 수 없었습니다. 대통령께서 유가족의 면담을 거부하더니 이제 480만 국민들의 뜻을 받기를 거부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2. 어제 박근혜 대통령님께서 5월 19일 대국민담화 이후 106일째 만에 세월호에 대해서 언급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선박 안전 관리 대책을 보고받는 자리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벌써 13일차 비 맞으며 노상에서 대통령께 면담을 요청하고 있는 저희 유가족에 대한 말씀은 한마디도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책임을 맡은 사람, 선장이면 선장이, 자기 책임을 다하고 인명을 최고의 가치로 알고, 빨리 갑판 위로 올라가라는 이 말 한마디를 하지 않은 것이 엄청난 문제를 일으킨 것”이라고 강조하셨다고 합니다.

사실상 세월호 참사를 “선장책임”만을 강조하면서 선장책임론과 결부시켜려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선장만의 잘못이었습니까. 선령완화는 누가 한 것이며, 구조 책임은 누구에게 있습니까!

대통령께서도 최종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고 강조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진정으로 세월호 참사 가족들을 위로하시려면 가족들의 면담 요구를 받아들여 주시기 바랍니다. 참사의 재발방지를 위한 가장 최선의 선택은 성역 없는 철저한 진상조사가 가능한 특별법 제정을 결단하시는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3. 어제 정의화 국회의장이 “금명간 여야 원내대표와 세월호 유가족 간 3자 협의를 중재해 추석 연휴 직전인 5일에 국회 본회의를 열어 세월호 특별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씀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뒤늦게나마 입법부의 수장인 국회의장께서 직접 나서 주셨다니 감사하고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에 대해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부대표께서 “독자적인 안을 내신다면 분란만 가속화 시킬 가능성도 있다. 좀 신중하게 접근하셨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습니다. 소통을 거부하는 불통의 정치이고 대화와 타협을 근간으로 하고 있는 정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4.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 의장은 지난 3차 면담에서 “수사권, 기소권 달라. 수사권, 기소권 줬지 않습니까? 특검이라는 것이 가장 완벽한 수사권, 기소권 아닙니까?”라고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이후 여러 언론에서 이런 취지의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주호영 의장은 이날 면담에서 관례대로 진행된 진상조사나 특검이 무슨 성과를 냈었냐는 김병권 위원장의 문제 제기에 대해서는 “특검이 무슨, 특검을 해도 그것밖에 나올 수 없어서 그렇지”라고 하며 특별검사의 효용성에 대해 의문을 표했습니다. 실제로 지금까지 11차례의 특검이 있었지만 제대로 된 성과를 낳은 특검은 없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입니다. 진상조사위의 상임위원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해달라는 요구에 대해서 역사적 평가와도 다르고, 본인의 생각과도 다른 특검의 우수성을 들면서 부정하는 일은 더 이상 없었으면 합니다. 진상규명을 위하여 가장 적합한 제도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만 솔직하게 고민해주셨으면 합니다. 주호영 의장이 했던 “청와대 들쑤시려 해서 안 된다”는 취지의 말이 오히려 주호영 의장을 비롯한 새누리당 의원 분들의 진짜 속내가 아니었으면 합니다.

5.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추석이 다가옵니다. 하지만 저희 가족들이 추석을 맞는 마음은 무겁기만 합니다. 특히 팽목항, 진도체육관 실종자 가족분들을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지는 마음입니다. 걱정이 앞섭니다.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이 팽목항을 떠나고, 24시간 운영되던 약국 운영시간도 12시간으로 줄고, 가족식당도 철수했다고 합니다. 실종자 가족분들은 더 이상 자신의 몸도 못 가눌 만큼 힘든 상황인데 지원도 끊긴다는 얘기에 더욱 불안하기만 합니다. 정부 당국에 촉구합니다. 팽목항, 진도체육관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 주십니다.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도 호소 드립니다. 실종자 가족 분들을 잊지 말아 주십시오.

2014년 9월 3일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 대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