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특별법의 필요성을 증명한 세월호 국정조사

특별법의 필요성을 증명한 세월호 국정조사
청와대와 정부의 총체적 무능 확인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정조사 중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기관보고 일정이 오늘 마무리됐다. 기관보고를 통해,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 각 기관의 대응이 총체적으로 무능했음이 다시금 확인되었으며,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들이 여러 가지 드러났다. 그러나 이번 기관보고를 통해 진상규명의 길로 다가가기는 결코 쉽지 않다는 것 역시 확인되었다. 국정조사 대상 기관들의 비협조와 거부, 국정조사를 진행하는 여야 정당의 정략이 국정조사의 한계를 그대로 보여줬다.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해 성역없이 조사하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조사거부에 대해 처벌해야 한다.

국정조사 기관보고를 통해, 승객들을 충분히 구할 시간이 있었음에도 정부의 구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참사를 불렀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1차적인 책임이 선장과 선원들의 무책임, 안전을 무시한 기업의 이윤추구와 이를 방치한 규제당국에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긴급한 상황에서 해경은 준비되어 있지 않았고, 해군 등 유관기관과의 공조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해군은 “해경이 지휘하는 거니까”라며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했고, 이를 조정할 컨트롤 타워는 존재하지 않았으며, 그렇게 우왕좌왕하는 사이 소위 ‘골든 타임’은 허망하게 지나가버렸고, 정부는 스스로 탈출한 승객 이외의 단 한명도 구조하지 못했다.

정부 기관들은 기관보고 기간 내내 “죄송하다”, “책임을 통감한다”고 하면서도, 실질적 책임을 회피하기에 급급했다. 국방부는 “해경이 지휘하는 거니까”라며, 안행부는 “현장은 해경이 책임지는 거니까”라며, 청와대는 “대통령이 직접 구조하러 들어갈 수는 없는 거 아니냐”며 모든 책임을 해경에게로 몰았다. 김기춘 비서실장 역시 청와대가 ‘컨트롤 타워’가 아니라며 책임을 떠 넘겼다. 또한 청와대부터 앞장서서 핵심 자료에 대한 제출을 거부했고, 회의 직전에 자료를 한꺼번에 제출하는 등 진상 규명을 막기 위해 각종 꼼수를 부렸다.

국정조사에 임하는 새누리당의 목표는 진상규명이 아니라 ‘태업’이었다는 것도 명백히 드러났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제출되는 자료를 근거로 정부의 책임을 날카롭게 추궁하는 대신, 하나마나 한 추상적인 훈계와 정부기관의 해명기회 제공, 책임소재가 청와대로 가는 데 대한 방어에 주력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의 질의 시간은 ‘쉬어가는 순서’가 되었으며, 국민의 요구로 이뤄진 국정조사의 절반 이상의 소중한 시간이 낭비되었다. 또한 새누리당은 야당 의원의 지엽적인 실수를 꼬투리 잡아, 당사자가 사과를 했음에도 이를 물고 늘어지며, 세월호 가족들이 보고 있음에도 국정조사를 보이콧하며, 진상규명을 회피하고자 하는 자신들의 본심을 드러냈다.

새누리당 소속 심재철 위원장 역시 실망스럽긴 마찬가지였다. 그는 세월호 가족들의 모니터링을 제한하고, 정부 기관의 거짓말에 분노한 세월호 가족들에게 소란을 피웠다는 이유로 퇴장 명령을 내리고, 야당 의원들의 질의 뒤에 불필요한 코멘트를 하는 등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사명감이라고는 찾을 수 없는 행태를 보이며 지켜보는 가족들을 분노하게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의 역할도 한계가 분명했다. 새로운 사실을 제기하기보다는 이미 제기된 문제를 반복하는 경우가 많았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정부의 비협조, 새누리당 소속 위원들과 위원장의 태업, 짧은 시간 이뤄지는 국정조사 제도 자체의 한계 등으로 인해, 일부 위원들이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번 국정조사 기관보고는 분명한 한계를 드러냈다. 충분한 수사권 등 없이 짧은 기간 진행되는 국정조사로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 새삼 확인된 것이다. 국정조사를 뛰어넘는 특별한 권한을 가진 특별위원회와 특별법의 필요하다. 이미 세월호 가족 대책위는 시민사회를 대표하는 국민 대책회의와, 법조계를 대표하는 대한변협과 함께 ‘416특별법안’을 만들어 지난 9일 청원 하였다.

세월호특별법은 세월호 참사가 왜 일어났는지 진상을 철저히 밝히고, 책임자를 엄중히 처벌할 수 있도록 독립적인 특별위원회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져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다시는 이러한 참사가 재발되지 않도록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는 내용이 충실히 들어가야 한다. 국회는 국정조사와는 별개로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과 국민들의 뜻이 충실하게 반영된 ‘세월호 특별법’의 제정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2014년 7월 11일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