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운동 11일

[가족대책위 기자회견] 청와대 앞 농성 11일차 입장 발표

세월호 가족대책위 농성 11일차 입장 발표 기자회견

2014년 9월 1일(월) 오후 2시, 청운동사무소 앞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단원고등학교 학생 조은화, 허다윤, 황지현, 남현철, 박영인, 단원고등학교 양승진, 고창석 선생님, 그리고 일반인 승객인 권재근, 권혁규, 이영숙님이 하루 빨리 가족들의 품에 돌아올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오늘(9/1)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39일, 국회 본청 앞 농성 52일, 광화문 광장 농성 50일, 그리고 청운동 사무소 앞 농성 11일째 되는 날입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 대책위원회는 오늘(9/1) 오후 2시,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농성 11일차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개최했습니다.


<기자회견문>

이 곳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농성을 시작한 지 11일이 지났습니다. 주말을 두 번 보냈고, 다가오는 주말은 추석 연휴라 마음이 무겁기도 합니다. 명절을 맞는 우리 가족들과 모든 국민 여러분에게, 한가위 보름달처럼 환하게 진실을 밝힐 특별법이 선물로 전해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 전까지 특별법이 제정되지 못한다면, 우리들 스스로가 진실을 꺼뜨리지 않을 빛이 되어 이 자리를 지키겠습니다. 아직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 열 분이 갇혀 있는 어두운 바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참사의 진실이 묻혀 있는 이 땅을 함께 밝히는 빛이 되어주시기를 국민 여러분에게 호소합니다.

가족대책위는 어제 저녁 7시, 안산에서 총회를 열었습니다. 총회를 연다는 소식을 듣고 새누리당 원내대표와의 면담을 위한 별도의 협의안을 준비하는 것은 아닌가 궁금해 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몇 차례 밝혔지만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우리는 이미 7월에 가족들이 원하는 법안을 국회에 청원했습니다. 우리가 청원한 법안이 가족과 국민들이 생각하는 최선의 안이지만, 더욱 철저하게 진상을 밝힐 수 있는 법안이 있다면,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에 더욱 확실한 법안이 있다면, 언제든지 토론할 수 있다고 말해왔습니다. 국회는 우리의 법안을 귀 기울여 들어보지도 않은 채 된다, 안 된다 품평이나 하는 자세를 보여 왔습니다. 그리고 여야 양당은 마치 된다, 안 된다가 유일한 근거인 듯 서로 다투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로 304명의 목숨이 희생되었습니다. 국회의원 한 명 한 명이 그 중 한 사람의 희생에 대해서라도 진지하게 성찰한다면, 희생자의 넋을 기리고 대한민국을 다시 세운다는 마음으로 임한다면, 특별법 제정이 이렇게까지 힘겹지는 않을 것입니다. 오늘 오후 예정된 새누리당과의 면담에서 새누리당의 입장 변화 없이 똑같은 얘기만 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우리는 더 이상 면담에 응해야 할 이유가 없어질 것입니다.

KBS 여론조사에서는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보장하는 방안에 대한 동의가 58.3%로,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 38.6%보다 우세하게 나왔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겪고 있는 세월호 가족 모두는 철저한 진상 규명과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은 수사권과 기소권 보장하라는 주장이 위헌이라고 합니다.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을 실현하기 위한 최고의 기본법입니다. 진실을 알 권리, 안전을 보장받을 권리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국민의 기본권입니다. 이러한 기본권을 실현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이 위헌이라는 새누리당의 주장이야말로 헌법의 근원과 가치를 부정하는 발언입니다.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자신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에서 적당히 넘어가겠다는 새누리당은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할 것입니다.

어제 정부서울청사에서는 긴급 관계차관회의가 열렸다고 합니다. “세월호 사고 수습과 인적․물적 피해 보상을 위한 비용 대부분은 가해자인 청해진해운과 유병언 일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일명 유병언 법의 처리를 국회에 요구한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는 궁금합니다. 청해진해운과 유병언 일가에 책임을 묻기 위한 검경합동수사나 정부의 단호한 입장은 보이는데, 왜 정부의 책임을 스스로 묻는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까? 허술한 관제시스템, 선장과 선원만 먼저 구출한 해경, 청해진 해운에 각종 지적사항을 전달한 국정원, 약속이나 한 듯 같은 시각에 사라진 CCTV 영상, 이 모든 문제에 대한 책임은 정부가 져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이러한 의혹을 해소하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것 역시 정부가 자임해야 마땅한 일입니다. 입법은 국회가 하는 것이라는 말은 정부의 책임을 방기하는 말일 뿐입니다. 소위 삼권분립이란, 입법 사법 행정의 분권적 협력 관계를 위해 필요한 것이지,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이 점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 가족들을 지지하기 위해 많은 분들이 찾아와주십니다.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그런데 간혹 가족들을 굳이 찾아와서 욕설을 퍼붓고 가는 분들도 있습니다. 도에 넘치는 욕설과 폭행이 있을 경우 우리 가족들도 가만히 있지만은 않을 것임을 경고합니다. 가족이 원하는 특별법은 우리 가족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국민 모두를 위한 진실과 안전을 밝히기 위한 길임을 잘 살펴 함께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청운동 사무소를 이용하시는 주민 분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전합니다. 가족들이 길을 막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통행에 다소 불편이 있게 된 점 양해를 구합니다. 그러나 청운동 주민 여러분 역시 진실과 안전의 통행을 가로막는 청와대에 더욱 큰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시리라 믿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해주시기를 다시 한 번 호소 드립니다.

2014년 9월 1일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 대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