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수사결과 발표에 대한 세월호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의 입장 및 요청사항
검찰은 2014년 10월 6일 “세월호 침몰사고 관련 수사 설명자료”(이하 “설명자료”라고만 하겠습니다)를 배포하면서 지금까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하여 진행한 수사의 중간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 이 수사결과 설명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존재합니다.
첫째, 여전히 많은 의혹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사측의 무리한 증톤 및 과적으로 인해 복원성이 현저히 악화된 상태에서 운항하던 중, 조타수의 조타미숙으로 인한 대각도 변침으로 배가 좌현으로 기울며 제대로 고박되지 않은 화물이 좌측으로 쏠려 복원성을 잃은 것”을 유일하고 절대적인 세월호 침몰사유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이 침몰 직전 있었던 대각도변침(급변침)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각도변침을 하기 직전의 AIS항적기록이 해수부는 35초, 해경은 29초간 누락되어 있어 대각도변침 이전에 세월호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대각도변침은 조타수 등의 과실에 기인한 것인지 혹은 고의에 의한 것인지 등이 여전히 불명확한 상태입니다. 특히 누락된 항적기록 구간의 길이를 해수부와 해경이 서로 다르게 주장하고 있이 이 부분에 대한 의혹은 더욱 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세월호 참사가 조타수의 실수에 의한 대각도변침에 기인한 것이라고 서둘러 단정을 짓고 있습니다.
둘째,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한 세월호 승객에 대한 구조실패를 현장에 출동해있었던 123정 함장에게만 책임지웠습니다.
참사 초기 구조인원과 장비의 투입에 있어서도 적극성을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탑승한 승객을 구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장비와 인원만 투입하였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아래에서 밝히는 바와 같이 해경은 구조초기 해군의 투입도 막았고, 미군의 도움도 거절했습니다. 소방본부의 구조시도도 거부하였습니다. 이러한 결정은 현장책임자였던 123정 정장이 할 수 있었던 일이 아니며 실제로도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경의 지휘라인에 있었던 어느 누구도 구조실패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였습니다. 전형적인 꼬리자르기식 수사입니다.
셋째, 세월호 선내에서 발견된 노트북에서 복원된 “국정원 지적사항”에서 연유된 소위 “국정원 실소유주논란”에 대하여 국정원이 기존에 밝혔던 입장을 동일하게 되풀이하고 있을 뿐입니다.
“국정원 지적사항”문건에서 자판기설치 등 세월호의 세부적인 사항에 대한 내용이 나왔고, 직원들의 휴가계획 등 세월호의 운영에 관한 내용도 발견되었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동일하게 국가보호장비로 분류된 다른 여객선과는 달리 세월호만 유일하게 국정원에 대한 보고의무를 지니고 있었다는 점이 밝혀졌습니다. 이에 따라 국정원이 세월호와 밀접한 관련이 있은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크게 제기되었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 국정원은 “다른 유관기관들과 함께 규정에 맞게 예비보안측정과 보안측정을 했고, 이 당시 9개의 사항에 대해서만 지적했을 뿐이며 나머지 내용은 모른다”라고 해명하였습니다. 그러나 위와 같은 국정원의 해명은 ‘국정원이 안 했다고 하니 안 했다고 믿어라’라는 것에 불과하여 “왜 세월호의 실제 소유주나 신경썼을법한 지적사항이 ‘국정원 지적사항’이라는 제목의 문서로 작성되어 저장되어 있었는가”하는 의혹을 전혀 해소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검찰의 발표는 위와 같은 국정원의 지난 해명을 똑같이 되풀이한 것에 불과합니다. 청해진 해운에서 보완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진 양00가 구속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정원의 이전 해명을 되풀이 한 것은 이 부분에 대한 제대로 된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넷째, 세월호 선내 CCTV 영상저장장치(이하 “DVR”이라고만 하겠습니다)의 작동정지시간만을 가지고 ‘고의 정지의혹’이 전혀 없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미 뉴스타파의 분석 및 보도에 의해 DVR이 사고 당일 오전 8시 49분 59초경에 정지되었다는 것은 알려졌습니다. 반면에 김인성 박사(전 한양대학교 컴퓨터 공학과 교수)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위 시간대에 DVR의 전원이 정전 외의 비정상적 방법에 의하여 차단되었음도 밝혀졌습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누군가에 의해 코드가 뽑혀 전원이 차단되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인데, 검찰은 이에 대해서는 아무런 수사결과를 내놓지도 않은 채 서둘러 ‘고의에 의하여 작동이 멈추었다고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검찰에게 진상규명에 대한 의지가 없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다섯째, 해군이 4월 30일 진성준 의원(새정치 민주연합)에게 제출한 답변서(첨부 자료 참조)의 명백한 기재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그 이후 이루어진 해군의 진술에 기반하여 “해경이 언딘의 수색작업을 돕기 위해 먼저 도착한 해군 SSU, UDT 요원의 투입을 막은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첨부 자료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해군은 “SSU가 4월 16일 먼저 도착하여 하잠색 1개를 설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해경이 다음 날 오전 7시 1분 이후 민간업체인 언딘의 우선 잠수를 위해 해군의 잠수를 통제하였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첨부 자료에 따르면, 해경은 구조와 수색이 한시 바삐 이루어져야 하는 상황에서 잠수준비를 마치고 현장에 대기 중이었던 그리고 전날 하잠색을 직접 설치하여 누구보다 잠수에 필요한 정보를 많이 보유하고 있었을 해군(SSU 9명, UDT 10명)을 대기시켰기에 그 적절성이 극히 의심스럽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사고 인접시기에 제출되었고, 해군이 공식적으로 작성해 그 신빙성이 높은 첨부 자료의 기재와 달리 그 이후 이루어진 해군의 진술에 기초하여 해경의 통제가 적절했다고 본 것입니다. 언딘의 투입을 결정한 해경 수뇌부 혹은 언딘을 봐주려고 하는 것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여섯째, 유병언의 정관계 로비의혹에 대해서는 항간에 이야기되던 골프채 관련 의혹의 해명만으로 모든 것이 다 해명된 것처럼 주장하고 있습니다.
막대한 자금력을 가지고 있었고, 그 자금력을 통해 정관계 인사들에게 로비를 했을 것으로 의심받아왔던 유병언이 골프채만을 수단으로 하여 로비를 하여왔을 것이라고는 볼 수 없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항간에 이야기되던 골프채 관련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유병언이 받고 있던 정관계 로비의혹이 완전히 해명된 것처럼 주장하고 있습니다. 유병언을 잡기 위해 들였던 노력과는 너무나 비교되는 태도입니다. 이 역시 검찰이 진상을 밝히려는 의지가 없음을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이상에서 보는 바와 같이 검찰의 이번 수사결과 설명은 그 동안의 의혹을 해소하기 보다는 검찰이 얼마나 진상규명에 무능한지 혹은 의지가 없는지에 대한 의혹만 가지게 하였습니다. 반면에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정치적으로 독립적이며 진상규명에 강한 의지를 가진 사람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저희 가족들의 주장이 얼마나 타당한지 다시 한 번 드러났습니다.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하여 제대로 된 특별법이 제정되어야 할 것이며, 수사권과 기소권의 행사주체는 반드시 정치적으로 독립적이며 진상규명에 강한 의지를 가진 사람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진상규명에 누구보다 강한 의지를 가진 저희 가족들이 수사와 기소의 주체를 정하는데 참여할 수 있도록 하여주시기 바랍니다.
검찰에 요청 드립니다.
검찰은 세월호참사 수사를 시작하면서 저희 가족들에게 수사과정 및 결과에 대해 항상 설명할 용의가 있다고 했고, 이미 수사 초기에 저희 가족들에게 관련 자료 제공 및 설명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에 저희 세월호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는 금주 중 검찰이 수사결과에 대해 직접 설명을 해주실 것을 요청 드립니다. 저희는 이 자리에서 위에서 지적한 의혹에 대한 추가설명을 듣고, 그동안 진행해 온 수사 및 재판에 대한 저희의 의견도 전달하려고 합니다. (설명회 일시, 장소 및 공개 여부는 검찰과 의논하여 별도로 알려드리겠습니다.)
2014년 10월 7일
세월호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