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국회 농해수위를 통과한 세월호 참사 특별법안에 대한 입장

국회 농해수위를 통과한 세월호 참사 특별법안에 대한 입장
11월 6일 상임위 통과 법안 세부조항에 숨어있는 독소조항과 논란거리들

1. 오늘 국회 농림해양수산위는 세월호 참사 특별법안을 통과시켰고, 예정대로라면 내일(7일) 국회 법사위를 거친 후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될 것이다.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는 이미 10월 31일 국회 교섭단체간 합의(이하 10.31합의)에 대해 조사, 수사, 기소의 독립성을 발휘하기에는 미흡하고 불충분한 법안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2. 이에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소속 진상규명 국민참여위원회는 가족대책위와 더불어 비록 법안의 기본 골격을 다시 바꿀 수는 없을지라도 추가 협상과정에서 최소한 다음 몇 가지 사항은 보완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전한 바 있다. 하지만 상임위에 제출되어 통과된 안은 이 세부제안들이 반영되지 않은 것은 물론, 일부 조항에서는 합의안의 정신마저 후퇴한 것이 발견된다. 매우 유감스럽다.

2-1. 우선 조사대상자가 자료 또는 물건의 제출을 거부할 수 있는 명분이 있어 이를 제출하지 않았더라도 진상조사위원회가 그 내용을 열람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야 하는데, 이것을 보장하지 않았다. 제출 거부한 자료에 대한 열람권은 과거에 운영된 바 있는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권한이기도 했는데, 이번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에 그 권한을 부여하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2-2. 10.31 합의안에 실지조사의 대상을 장소와 시설로 한정한 것에 대해 기관과 단체를 추가할 것을 요구했으나 반영되지 않은 것은 물론, 최종법안에서는 “세월호 참사와 연관이 있는 장소에 실지조사를 가서 장소, 시설, 자료, 물건 등을 실지조사”할 수 있다고 변경하여 시설의 의미를 특정 장소에 존재하는 설치물로 제한적으로 해석할 여지를 둔 것도 이후 논쟁의 불씨를 남기고 있다.

2-3. 동행명령에 응하지 않은 이들에게 과태료 1,000만원에 해당하는 금액을 부과하는 것으로는 실효성이 없을 수 있으므로 최소 3,000만원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는 제안에 대해 김재원 원내부대표 등 여당의 일부에서도 동의한 바 있으나, 실무협상에서는 결국 여당의 반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관련 제보자에게 불이익을 줄 경우 공익신고자보호법 등에 준하여 징역 2년 이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자는 제안도 묵살되고 역시 과태료 1,000만원만 부과하도록 하였다. 역시 제재의 실효성이 의문시된다.

2-4. 진상조사위원이 될 수 있는 사람의 범위도 협소하게 규정했다. 사회적 신망이 있고 진상조사위원회의 독립적인 운영에 기여할 수 있는 대학교수일지라도 해양, 선박, 정치, 행정 등 특정 분야 교수이어야만 하고 언론계와 교육계, 문화예술계 종사자가 아니면 참여하기 어렵다. 종교계 인사나 시민사회계는 물론이고 대학교수의 경우 전공범위를 협소하지 않게 하여 진상조사위원이 될 수 있는 인사의 범위를 넓히는 것이 바람직했다.

2-5. 위원회의 활동기간을 ‘구성을 마친 날로부터’ 1년 이내로 하였는데, 위원회 구성 후 실제 조사에 착수하기까지는 여러 준비시간이 걸리는 만큼 실제 조사에 착수한 시점으로부터 계산하도록 규정을 마련하는 것이 옳았다.

2-6. 가족 추천 위원을 선출하는 희생자가족대표회의의 선출 절차를 가족들 스스로가 정하도록 하지 않고, 이 법안의 주무부처임과 동시에 이 법의 조사대상이기도 한 해양수산부 장관이 정하도록 한 것도 이후 공정성 시비를 낳을 수 있다.

2-7. 10.31 합의안대로 위원장을 희생자가족대표회의가 선출한 상임위원이 맡도록 법에 명문화하지 않고, 법안에 ‘상임위원 중에서 위원회 의결로 선출한다’는 조항을 그대로 둔 것도 석연치 않다. 새누리당이 10.31 합의를 어기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굳이 분쟁의 불씨를 남겨둘 이유가 있는가 싶다.

2-8. 가족들의 제안 중 이 법안이 2015년 1월 1일부터 발효하도록 하자는 제안은 유일하게 수용되었다. 하지만 위원회 구성을 1월 1일까지 해야 한다는 제안은 거절되어, 1월 1일 발효가 큰 의미 없는 일이 되고 말았다.

3. 내일 법사위에서는 이런 쟁점들이 진지하게 검토되고 수정되어 국회 본회의에 제출되어야 한다. 가뜩이나 진상조사위원회의 권한이 불충분하고 조사대상기관에 포함되는 정부와 청와대로부터 독립성이 부족한데, 이런 문제까지 안고 법이 제정되어서는 안 된다.

2014년 11월 6일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