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안전혁신 업무보고에 혁신은 없었다

안전혁신 업무보고에 혁신은 없었다
- 예방 대책, 안전규제 모조리 빠진 안전대책

21일 8개 부처 연두업무보고에서 ‘안전혁신’분야에 대한 업무보고가 이루어졌다. 주요 내용은 육상 30분, 해상 1시간 이내 특수구조대 현장도착, 생애주기별 안전교육, 재난안전산업 육성이며 이외에도 원자력, 식품 안전 등이 포함되었다. ‘안전’분야가 연두업무보고에 포함된 것은 이례적인 일로, 이는 2014년 세월호 참사를 비롯 대형사고가 빈발한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재난 대응과 관련한 기본 원칙은 현장인력이 제대로 작동하는 가운데, 특수구조대가 이를 보완하는 것이어야 한다. 초동대처는 특수구조대보다 더 먼저 출동할 수 있는 각 지역의 소방대, 해경이 할 수 밖에 없으며 이들이 지형, 조류 등의 정보에서도 우위에 있다. 그러나 이번에도 현장대응능력을 강화하는 계획은 모두 빠져있다. 노후된 대응 장비 확충과 일선 소방관과 해경의 처우개선에 관한 내용은 없고, 책임소재를 분류하고 보고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주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당시 가장 문제가 된 것은 특수구조대의 유무나 통신기반이 아니라 VIP보고를 준비하느라 구조현장을 우선하지 못한, ‘보고체계’를 최우선으로 하는 관행이 문제가 아니었던가. 이미 현장 소방관과 해경들은 ‘보고서 쓰고 학생들 재난교육에 동원돼 대응능력은 떨어질 것’이라는 평을 내놓고 있다.

국민을 대상으로 한 안전교육은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 국민들이 정부에 질문하고 있는 핵심은 이것이 아니다. 개인이 조심해도 피할 수 없는 위험이 너무나 많고, 국민들은 이러한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묻고 있다. 원인이 복합적인 대형사고에는 그에 맞는 시스템적 개선책이 필요하다. 그런데 연두업무보고에는 신기하게도 사고의 ‘원인’을 해결하고자하는 방안에는 전혀 방점이 찍혀있지 않다. 생활안전사고가 아니라 ‘참사를 예방할’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재난안전산업을 보면 문제가 심각하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이 기업의 안전을 무시한 이윤극대화 전략에 있고, 현재 빈발하는 화학물질 누출사고 역시 해당 기업의 안전관리 소홀 때문인데도 정부 차원의 규제는 없이 민간역량을 활용한 안전관리 대책만을 내놓고 있다. 지금까지 안전산업 관련 시장을 키워주지 않아 기업들이 안전문제에 소홀했는가? 안전에 투자하는 것을 쓸데없는 비용으로 생각하는 기업들이 시장논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안전을 강화할 것이라는 발상 자체가 오류다. 정부의 의무를 방기하고 이를 민간 기업에 맡겨 산업수요를 창출한다면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기업과 안전관리산업 간의 유착만 불러올 것이다.

원자력 안전에 대해서는 원자력 발전소의 현행유지를 전제로 대책을 세우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한국의 노후 원전 문제는 심각하다. 세계 원전의 평균수명이 19년에 불과하지만 한국은 원전의 수명연장을 거듭하면서 30-40년을 운영하려고 하고 있다. 원자력 안전에서 최우선시 되어야 할 것은 사고위험이 높은 노후 원전을 폐쇄하는 것이다.

정부는 문제설정부터 다시 해야 한다. 안전의무를 방기하고 위험은 노동자와 시민에게 전가하는 기업을 정부가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 더 이상의 참사를 막기 위해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2015.1.23.
세월호참사 국민대책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