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안서
2014년 4월16일 이후 아직 변한 건 아무 것도 없다.
하지만 유가족과 우리는 진실을 덮으려는 세력에 맞서 싸워 왔다. 온갖 모욕과 혐오를 견디며 다른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염원으로 특별법도 만들었다.
결국 변한 것은 우리 자신이었다. 국가가 국민을 책임지지 않는 사실에 우리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노란리본의 물결, 천만서명, 3만의 단식, 수백일이 넘는 국회, 광화문, 청운동, 팽목항 농성. 수없는 행진과 행진. 수만 명의 국민과 함께 한 헤아릴 수 없는 수백 회의 간담회. 전국 곳곳에서 세월호 진실의 광장이 열렸다. 진실을 끝까지 밝혀내고 우리의 존엄과 권리를 지켜내며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우리의 기치는 더 높은 곳을 향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여당은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설립을 두고 정부여당의 비협조와 방해로 진실을 규명하는 활동은 시작도 못하고 있다. 이렇게 폐쇄적이고 반국민적인 행태가 또 어디 있단 말인가.
이런 장벽을 넘고 진실과 안전의 시대로 가기 위한 힘은 오직 우리 국민에게 있다. 우리는 그 가능성을 이미 수차례 확인하였다. 전국 경향 각지에서 가족과 국민들은 서로 만났다. 같이 울고 함께 다짐하였다. 끝까지 잊지 않겠다고,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끝까지 행동하겠다고…그것은 세상을 바꾸겠다는 약속이자 맹세였다.
이제 우리는 더 넓어져야 하고 더 커져야 하고 더 강해져야 한다.
유가족과 함께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나선 우리 모두가 다 같이 전국에 흩어진 시민역량을 모으자. 서로 공감하고 격려하고 제안하고 서로 끌어주기 위해 모이자. 거의 모든 시군구에서 국민간담회를 열었던 우리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모든 것을 다해 4.16을 기억하고 또 행동하려는 수많은 작은 움직임들, 4.16약속지킴이들의 열망 이 모두를 촘촘히 이어내자.
4월16일 이후는 달라져야 한다면, 이윤보다 생명과 안전이 우선되는 세상을 만들자면 더욱 새로워져야 한다. 4.16가족들이 참여하고 시민사회단체가 함께하는 우리의 4.16운동은 가치를 바꾸는 운동이 될 것이다. 세상을 바꾸고 정상화하기 위한 운동으로 거듭날 것이다.
끝까지 가기 위해서 끝까지 함께 하기 위해서 416약속지킴이가 앞장서고 전국의 자발적인 깨어 있는 시민들이 함께 하자. 모든 풀뿌리가 모이고 각계가 모이고 전문가들도 함께 하여 국민주도의 4.16 진실과 안전의 새 운동으로 함께 가자. 세월호 가족과 국민이 더불어 하나 되는 통합적 4.16시민운동으로 함께 가자.
진실과 안전, 존엄과 권리를 위하여 4.16국민연대를 함께 만들어가자!
2015년 2월16일
(가칭)4.16국민연대 제안자 일동(아래 제안자 연명)
4.16가족협의회 찬호아빠 전명선(대표), 예은아빠 유경근(집행위원장), 수현아빠 박종대(진상규명소위원장), 동혁엄마 김성실(대외협력소위원장) / 안산 세월호문제해결을위한시민대책위 마이금 공동대표 / 양평 바람개비들이꿈꾸는 세상 / 노원 4.16약속지킴이 / 마포 세월공감 김우, 박수경, 이창환, 양희경, 임상희 / 성북 안영신, 조덕섭 / 세월호참사대구시민대책위 김선우 김영순 임성열 노진철 황동환 / 리멤버0416 오지숙 대표 / 엄마의노란손수건 정세경 대표, 오혜란 대표 / 광화문 리본공작소 /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상임의장 박승렬 목사, 정태효 목사 /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대표 김인국 옥천성당 주임신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권오광 상임대표 /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상임공동의장 송주명 교수 / 새언론포럼 현상윤 / 법조인 권영국, 김용민, 김인숙, 김택수, 박인동, 손명호, 송기호, 신장식, 위은진, 이덕우, 이재정, 이재화, 조영관, 좌세준 (이상 변호사) /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박래군 공동운영위원장 / 참여연대 이태호 사무처장 /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염형철 운영위원장(환경연합 사무총장)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 박래군 공동운영위원장 인터뷰
“다양한 움직임, 하나로 모아가자”
Q. 작년 11월 7일 특별법 제정 후 국민의 관심이 줄었다고도 하는데 어떻게 보고 있나?
특별법은 가족과 국민이 만들었다. 온 힘을 쏟아 부은 가족과 국민들을 잊어서는 안 된다. 6백만 명에 이르는 서명, 3만명에 이르는 동조 단식, 그리고 수많은 행동들은 감동과 헌신 그 자체였다. 그래서 특별법 제정 이후가 본격적인 시작이라는 것을 모두 잊지 않고 있다. 특별조사위원회 설립에도 많은 관심을 보이며 물어오는 시민들이 많다. 특별조사위원회가 정부 여당의 방해와 비협조로 아직 출범하지 못하고 난항을 겪고 있지만 가족과 국민의 힘을 당해내지 못할 것이다.
Q. 특별법 제정 이후 어떤 움직임이 있는가?
작년 가을부터 올해 초까지 가족이 찾아가는 국민간담회가 5백여 회에 이르고 모두 3만여 명의 국민들이 함께 했다. 올해에도 가족과 국민들은 실종자의 완전한 수습, 세월의 온전한 인양, 성역 없는 진상 규명, 안전사회 건설을 위해 기억과 행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인양 촉구 서명에 5만 명 가까이 참여했고 가족들의 도보행진이 지나가는 지역마다 국민들의 동조행진이 불어나고 있다. 지역마다 <금요일엔 돌아오렴> 북콘서트를 준비 중이다. 120여 개의 시군구에서 멈추지 않는 풀뿌리 움직임들이 있다. 6천여 명의 4.16약속지킴이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4.16 소식을 궁금해 하고 무엇을 해야할지 교류하고 싶어 한다.
Q. 다양한 움직임들이 서로 북돋으며 힘 있게 나가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대한민국에는 17개 광역시도와 228개 시군구가 있다. 우리가 사는 동네마다 잊지 않고 행동하려는 시민들이 여전히 많다. 이들을 수평적으로 연결해야 한다. 모두가 중심이 되면서도, 힘을 모아야 할 때 같이 뻗어나가는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한다. 작년 한해 열정적으로 활동을 벌였던 단체나 커뮤니티들과 4.16가족협의회가 함께 ‘4.16 국민연대’ 구성을 위한 논의 중이다. 특별조사위원회 감시 활동뿐만 아니라 존엄과 안전에 관한 인권선언 등 우리 스스로 대안이 되어가는 통합적 4.16 운동을 펼쳐나갈 것이다.
Q. 긴 호흡이 필요하겠다. 어떻게 전망하는가?
이 싸움은 이제 시작이다. 특별조사위원회 조사기간도 1년 6개월이다. 적어도 2년 걸릴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원하는 것을 떠올려보자. 성역 없는 진상 규명 제대로 해내려면 기한이 없어야 한다. 인양도 돈 문제로, 특별조사위원회도 돈 문제로 어깃장을 놓는 정부를 보면 변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
돈보다 생명, 돈보다 사람인 세상이 당장 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스스로를 보면 변한 것이 있다. 누군가의 고통에 이토록 깊게 공감하는 시민들의 움직임은, 우리가 결코 세월호 참사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4.16국민연대를 함께 만들어가자고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