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고인의 죽음에 책임지고 유가족에게 사죄하라.
삼성은 더 이상 노동자들을 죽이지 마라.
만 23세의 젊은 노동자가 또다시 혈액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故 조은주 님(92년생, 여성)은 2010년 7월 삼성전자 천안사업장(현 삼성디스플레이)에 입사하여 LCD-TV 불량검사 업무를 담당했다. 불량이 확인된 제품을 화학약품으로 닦아냈으며 과도한 업무량으로 힘들어했다.
일을 시작한지 3년째 되던 해인 2013년 9월, 조은주 님은 고열이 나고 입술이 파래지며 피부발진이 일어나더니 급기야 골수이형성증후군(화학물질, 방사선 노출 등으로 인해 조혈모세포 에 이상이 발생해 혈액세포의 수가 줄고 그 기능에도 문제가 생기는 질환. 과거에 전백혈병 등으로 불리기도 함) 진단을 받았다. 힘겹게 항암치료를 받으며 골수이식을 기다리던 중, 병세가 악화되어 결국 2015년 2월 10일 사망했다.
우리는 故 조은주 님의 명복을 빌며, 왜 이처럼 젊은 노동자들의 죽음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지 삼성의 책임을 엄중히 묻는다.
우리는 그동안 삼성에게 피해자들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와 보상, 그리고 더 이상의 안타까운 죽음을 막기 위한 철저한 재발방지대책을 요구해왔다.
삼성이 진작 직업병 피해자들과 시민사회의 비판에 귀 기울이고 철저한 원인규명과 재발방지대책 수립에 나섰더라면, 조은주 님의 죽음은 피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정부가 반도체 공장의 안전보건관리를 기업의 자율에 맡기지 않고 철저히 지도ㆍ감독 했더라면, 조은주 님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삼성이 자신들의 책임을 부정하고 은폐하는 동안, 그리고 정부가 삼성을 비호하고 노동자들의 죽음에 안일하게 대응하는 동안 피해자들은 계속 늘어났다.
고인은 2010년에 입사했다. 오래된 수동설비를 다루며 일하다 8년 전에 사망한 故 황유미 님과 달리, 상대적으로 최신 생산 시설이 가동되는 환경에서 근무했지만 혈액암에 걸렸다. 고인의 죽음은 최신식 생산설비라 해도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경고이다
우리는 대체 언제까지 이토록 젊은 노동자의 죽음을 지켜만 보아야 하는가. 삼성은 대체 얼마나 더 많은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어야 ‘안전에 아무 문제 없다’는 무책임한 강변을 중단할 것인가.
삼성이 ‘죽음의 기업’이라는 오명을 떼어 버리는 길은 멀리 있지 않다. 고 황유미, 조은주님을 비롯한 모든 피해노동자들 앞에 진심으로 사과하고, 더 이상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보건 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하며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삼성은 더 이상 노동자들을 죽이지 마라!
삼성은 모든 피해노동자와 그 가족들에게 사과하고 보상하라. 그리고 철저한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라!
2015년 2월 16일
삼성노동인권지킴이,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세월호국민대책회의 존엄과안전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