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세월호 인양 방법론에 대한 ‘416가족협의회’의 입장

“인양선언”을 환영하지만 아직 신뢰할 수 없다.

정부는 세월호 참사 이후 무려 373일만에 ‘세월호 선체인양을 공식 선언했습니다. 지난해 10월 말, 실종자 수습을 위해서는 선체인양 밖에 방법이 없다고 정부가 실종자 가족들을 설득한 이후 무려 6개월만입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이 4월 6일에 ’인양 적극 검토‘ 발언을 한 후 겨우 보름 만입니다.

우선, 정부의 선체인양 공식 선언은 선체인양을 바라는 국민들의 여론 덕분입니다. 그동안 정치적 계산만 하며 선체인양과 실종자 수습을 위한 책임과 의무를 방기하던 정부는 선체인양을 바라는 뜨거운 국민의 여론에 밀려 결국 선체인양을 선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대통령령 폐기를 위해서도 계속 뜻과 힘을 모아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정부의 선언을 환영한다. 그러나 전적으로 신뢰할 수는 없다.

정부는 선체인양을 선언하면서, 해양수산부가 제시한 심의안에 대해 인양방법의 적절성, 인양과정에서의 위험성과 불확실성, 소요 비용 및 예산확보 대책, 전문가 및 실종자 가족 등 여론수렴 결과, 인양결정 후 후속대책 등에 대해 17개 부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위원들의 검토가 이루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단 이제라도 정부가 선체인양을 하기로 선언한 데 대해 환영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정부의 이번 발표는 우리 피해자와 가족들은 물론 선체인양을 바라는 국민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음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난 1년 동안의 검토결과가 고작 이 정도에 불과하다는 말인가?

이미 여러 언론보도를 통해 드러난 것처럼 정부는 작년 5월부터 선체인양을 위한 검토를 해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겨우 이 정도의 내용으로 발표한 것에 대해 매우 실망스럽습니다.

우선 정부가 발표한 인양 방법은 너무나 불안합니다. 한 단계가 실패하면 보완하거나 회복하기가 매우 어려운 방법입니다. 인양 기술은 국내외적으로 해당 전문 업체들이 가장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선정된 기업이 책임성을 가지고 적용할 수 있습니다. 어떤 경우는 기업의 기술력이자 노하우(Know-how)이기 때문에 잘 공개하지 않는데, 이번 결정과정에서는 정부가 인양방법에까지 과도하게 개입하고, 방향을 제시하려고 하는 데에 문제점이 있습니다.
정부의 역할은 예산을 확보하고, 입찰 공고문을 빈틈없이 잘 작성하여 공고하고, 기술력을 가진 다양한 기업들이 최선의 방법을 내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정부가 인양 방법론까지 결정하게 되면 더 좋은 방법의 적용을 가로막는 행위가 될 수도 있고, 최소의 비용 또는 최적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도록 하는 경제 원리에도 어긋납니다. 정부의 제한과 가이드라인은 계약의 불공정 시비를 낳을 수도 있습니다.

특히, 정부가 언론에 발표한, 93개의 구멍(홀)을 뚫는 플러그홀 방식은 세월호 철판 두께를 감안할 때, 한 번 실패하면 다른 대안을 적용하기 어려운 매우 위험한 방법입니다. 국내외적으로 크레인과 공기부양 등 여러 방식을 적절히 조합하고 플로팅도크를 잘 연계하면 안전하면서도 효율적으로 인양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업체선정도 하기 전에 인양 방법을 정하는 것은 문제라고 많은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에 ‘416 가족협의회’는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1. 실종자 완전수습을 위해 철저한 ‘시신유실방지대책’을 수립, 실행하여야 합니다.
온전한 세월호 선체인양의 첫 번째 목적은 9분의 실종자를 모두 가족의 품으로 돌려드리는 것입니다. 따라서 선체인양 과정 중 시신의 유실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을 전제해야 합니다. 이에 따라 세월호 주변 유실 방지망 설치 선체 내외부에시신유실 방지를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하며, 모든 작업자들은 자동카메라를 이용해 작업의 모든 상황을 기록하여야만 합니다.

2. 진상규명과 사실 확인을 위하여 선체 변형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사용해야 합니다.
정부는 선체의 훼손을 최대한 방지하면서 통째로 인양하겠다고 발표하였으나 정작 내용을 보면 선체에 93개의 구멍을 뚫어 와이어를 걸겠다고 합니다. 이는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이 성공을 하더라고 선체에 상당한 훼손을 가할 수밖에 없는 방법이기에 앞뒤가 맞지 않는 발표내용입니다. 특히 이미 1년 동안 바닷물에 잠겨있어서 선체 철판 부위가 부식, 침식되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선체에 구멍을 뚫는 등의 공법은 최대한 자제해야만 합니다.

3. 인양 중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안전사고와 환경오염을 위한 대책을 철저히 수립, 실행하여야 합니다.
지난해 수중수색구조 중 사고로 사망하신 잠수사들이 계십니다. 당시 정부는 잠수사의 안전대책을 철저히 검토, 수립하였기 때문에 안전사고의 문제는 없다고 수차례 공언하였으나 실제로는 매우 엉성한 탁상대책에 불과했습니다. 선체인양 과정 중에는 이러한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됩니다.
또한 참사 당시 상당량의 유류가 누출되었고, 현재에도 잔존 유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바 유류 등에 의한 주변 환경의 오염을 박기 위한 대책도 철저히 수립, 시행하여야 합니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심각한 경제적 피해를 입으면서도 우리 피해자와 가족들을 위해 애를 써오신 주변 어민들께서 주변 환경오염으로 인해 또 다시 고통을 겪는 일이 생겨서는 안됩니다.

4. 인양 계획을 효율적으로 조정하여 예산 등 국가와 국민의 부담을 줄이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비용이 얼마가 들더라도 세월호를 온전히 인양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들의 여론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합니다.

5. 실종자 및 유가족의 의견과 요구를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공식적 협의체를 설치, 운영하여야 하며, 선체인양과 관련한 모든 과정을 공개해야 합니다.
정부가 자신 있게 밝힌 대로 선체인양을 위해 실종자 가족과 유가족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기 위해서는 우리 ‘416 가족협의회’와 정례적, 공식적 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하여야 하며, 협의체 논의 내용과 과정은 물론 선체인양과 관련한 모든 과정을 국민 앞에 공개한다는 원칙을 지켜야 합니다. 지난 1년 동안 우리 의견을 수렴하겠다, 협의체를 운영하겠다, 약속만 하고 단 한 번도 지키지 않은 정부여당의 모습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번만큼은 약속을 지키는 정부를 보고 싶습니다.

세월호 선체인양을 통한 실종자 수습은 정부의 시혜가 아니라 의무이자 책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년이란 시간을 끌며 정치적 계산만 반복해 온 정부는 분명히 반성하고 각성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후 선체인양을 위한 모든 과정을 ‘416 가족협의회’와 공개적으로 협의하면서 신속히 진행하여야 합니다. 특히 진상규명 특별법 정부 시행령(대통령령)을 즉각 폐기함으로써 진상규명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정부는 애타게 가족을 기다리는 실종자 가족의 반응을 매우 무겁고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인양선언을 보고 어떻게 생각하냐고? 어디 한두 번 속아봐? 정말 인양을 해야 하는 거지. 내 눈으로 인양한 배를 보기 전엔 안믿어!!”

2015년 4월 22일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 가족협의회 (416family.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