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정부시행령안 폐기를 요구했다.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독립성이 보장된 특별조사위원회가 출범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조위 조사 활동이 시작되기 위해 시행령은 법이 제정된 취지에 충실하게, 법이 정한 목적에 부합하게 만들어져야 하며, 법이 부여한 권한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야 한다. 언론 등을 통해 확인된 정부시행령 수정안은 이와 같은 요구를 전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정부시행령안은 폐기되어야 한다.
모든 문제의 시작은 해양수산부가 월권 행위를 하고 있다는 데 있다. 특별조사위는 헌법 아래 독립성을 보장받아야 할 독립 기구다. 방통위 등 다른 위원회와 같이 정부 아래 있는 기구가 아니라 정부로부터 독립성을 갖는 기구다. 가장 유사한 국가인권위와 활동기간의 정함이 있다는 점밖에 차이가 없다. 특정 정부부처가 시행령 제정을 위한 절차를 대리할 수는 있으나 시행령의 내용을 좌지우지해서는 안 된다. 시행령의 입법예고나 제정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특별조사위와의 협의조차 없었다는 것은 법이 보장한 특별조사위의 독립성을 무시한 위법적 행위다. 심지어 특별조사위가 마련한 시행령안의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시행령안을 독단적으로 낸 것은 헌법에 위배되는 월권 행위일 뿐이다. 정부시행령안은 페기되어야 한다.
특별조사위원회 업무를 종합, 조정, 기획하는 기획조정실은 필요 없다. 기획조정실장이 해양수산부에서 다른 부처 파견 공무원으로 변경되더라도 마찬가지다. 기획총괄담당관의 업무가 ‘기획 및 조정’에서 ‘협의 및 조정’으로 수정되더라도 마찬가지다. 특별조사위원회는 서로 연관되면서도 독립적인 세 개의 소위원회로 구성되어 있다. 특별법에 소위원회를 따로 둔 것은 각각의 역할이 막중하기 때문이며 활동 영역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모든 활동을 기획조정실장이 종합, 조정, 기획하는 것은 특별법의 취지에 반한다. 세 개의 소위원회를 맡은 상임위원을 비롯한 비상임위원들이 각 영역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 법이 정한 소위원회의 역할과 권한을 무력화하는 정부시행령안은 입법권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다. 정부시행령안은 폐기되어야 한다.
안전사회소위원회와 지원소위원회의 활동을 분장할 단위를 ‘국’이 아닌 ‘과’로 둔 것도 모자라 활동 범위를 축소시키고 있다. 안전사회를 위한 종합적인 대책 마련을 해야 하는데 해양사고에 한정시키려는 의도를 버리지 않고 있다. 타 정부 부처의 업무와 중복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핑계다. 타 정부 부처의 업무와 연관되지 않는 안전대책이 가능한가. 특별법은 종합대책을 수립하도록 했다. 정부가 내놓은 ‘종합안전대책’은 국민의 안전할 권리를 증진시키기는커녕 안전을 돈벌이 수단으로 만들려는 대책일 뿐이었다. 그래서 특별조사위의 역할은 더욱 막중하다. 국민안전을 위협하는 문제를 치열하게 밝히고 근본적인 변화를 위한 종합대책을 만들어야 한다. 지원소위원회 역시 피해의 범위와 정도를 밝히고 회복을 위해 필요한 지원을 광범위하게 검토해야 한다. 정부시행령안은 안전사회 건설 과제를 삭제하고 있다. 정부시행령안은 폐기되어야 한다.
304명의 존귀한 생명이 물 속에 잠길 때, 국민들 모두의 마음에서는 사회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 생명이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상식적이고 보편적인 믿음을 국가는 배반했다. 그리고 진실을 밝히기 위한 특별법을 제정한 국민의 열망을 끝까지 짓밟으려 들고 있다. 정부의 총체적인 무능과 잘못과 국민에 대한 무시와 모욕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이것이 대통령의 의도이자 의지라는 점도 분명해지고 있다. 진실이 아닌 거짓을, 국민이 아닌 권력을 선택하는 대통령은 국민의 힘 앞에 무너질 것이다. 정부시행령안을 폐기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