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세월호 가족 대책위 김병권 위원장입니다.오늘은 세월호 참사 102일이 되는 날입니다. 여전히 10명의 실종자들은 차디찬 바다 속에 있습니다. 길고 긴 기다림의 시간이었습니다. 실종자를 찾았다는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세월호와 관련된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우리 가족들은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매일을 초조하게 기다림으로 보냈습니다. 여전히 저희들의 시간은 4월 16일, 팽목항에서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혹자는 저희에게 산 사람은 살아야 하니 이제 내려놓으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비통했던 지난 100일을 잊고 이제는 새로운 시작을 준비해야 한다고 이야기 합니다. 그렇지만 잊을 수 없는 것을, 잊혀지지 않는 것을 잊을 수는 없습니다. 여전히 집안 곳곳에, 함께 손잡고 걸었던 길목에 아이들이 남아있습니다. 문을 열고 큰 소리로 인사하며 들어오던 그 목소리를 다시는 들을 수 없고 더운 여름 밤 제 무릎을 베고 누워 조잘대던 모습을 이제 다시는 볼 수 없습니다. 그때는 몰랐던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을 이제 저희 가족들은 더 이상 함께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100일이 지나도, 1,000일이 지나더라도 어떻게 저희가 잊을 수 있겠습니까. 저희는 더 이상 4월 16일 이전과 같이 살 수 없습니다.그렇지만 그 기나긴 기다림의 시간은 국민 여러분들께서 함께 해주셨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습니다.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그리움과 고통의 시간들, 우리 말고 다른 사람들은 이런 고통을 절대 겪게 해서는 안 되겠다는 마음에서 시작한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우리의 간절함, 그리고 도대체 왜 우리 아이들이 죽어야 했는지 그 진실을 알고 싶다는 저희의 간절함에 국회보다도, 대통령보다도, 국민 여러분들께서 먼저 대답해 주셨습니다. 저희 가족들이 호소하는 특별법 제정 서명에 400만 명의 국민들이 함께 해주셨고 안산에서 도보행진을 하며 서울까지 걸어오는 지난 1박 2일 동안의 여정에도 5,000여명의 국민들이 저희와 함께 걸어주셨고 서울광장에서는 5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저희를 맞아 주셨습니다. 폭우가 쏟아지던 지난 7월 24일, 경찰 차벽에 막혀 길에 주저앉았을 때 저희의 손을 잡아준 것도 국민 여러분들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오늘은 제가 단식을 시작한지 13일째가 되는 날입니다. 철저한 진상 규명을 위해 수사권과 기소권이 포함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우리 가족들이 곡기를 끊고 뜨거운 여름 아스팔트 위를 행진해도 여전히 국회와 정부는 묵묵부답입니다. 어제 저희 가족들은 국정원이 세월호 구입과 증개축에 관련이 있다는 문건을 발표했습니다. 더욱더 의혹은 커져만 갑니다. 도대체 무엇이 두려운 것입니까? 도대체 밝혀지면 안 되는 어떤 진실이 있기 때문에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특별법 제정을 차일피일 미루는 것입니까? 또 다른 참극을 막기 위해서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죽어간 이 사건에 대해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밝혀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저희는 여기서 포기할 수 없습니다. 평생 이렇게 많은 분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아본 적도 없고 단식 농성이라는 걸 해본 적도 없고 길에서 구호를 외치는 것도 해본 적이 없지만 그래도 우리 아이들을 위해, 억울하게 죽어간 희생자들을 위해 두려움을 이기고 이 앞에 섰습니다. 제대로 잠을 자지도, 먹지도 못한 지난 100일이 단식으로 이어져 몸도 마음도 많이 지치지만 그래도 여기서 우리는 포기할 수 없습니다.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특별법이 제정되는 그 날까지, 우리 가족들은 국회에서, 광화문 광장에서 끝까지 있겠습니다.
그러니 그 길에 국민 여러분께서 함께 해 주십시오. 우리 가족들이 외롭지 않게, 혼자 싸우고 있다고 느끼지 않게, 국민 여러분께서 함께 해 주십시오. 세월호는 더 이상 우리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가 이 세월호의 진실을 밝혀내지 못하면 제 2의, 제 3의 세월호는 계속될 것입니다. 본격적인 여름휴가가 시작되는 다음 주, 광화문 광장으로 모여 주십시오. 광화문에서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 진실을 밝히기 위한 광화문 국민 휴가에 동참해 주십시오. 국민 여러분들께서 우리의 가족이 되어주시기를, 우리의 잡은 손을 놓지 말아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수사권과 기소권이 포함된 특별법이 제정되는 그 날까지, 광화문 광장에서 여러분들을 기다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