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세월호는 교통사고’? 본색 드러내는 새누리당

‘세월호는 교통사고’? 본색 드러내는 새누리당
세월호 참사 100일, 바뀐 것 아무것도 없어
주호영 씨 국민의 대표 자격 미달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의장이 오늘(7/24) 최고위원회에서 “세월호는 기본적으로 교통사고이며, 천안함 때보다 과잉 배상되면 안 된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발언했다. 집권여당 정책위의장의 발언이라고 믿기 힘든 망언이다. 오늘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꼭 100일째 되는 날이다. 제대로 된 특별법 제정을 위해 노숙농성과 단식농성을 10일 넘게 진행하고 있으며, 안산에서 서울까지 100리 길을 걷고 있는 세월호 가족들에게 다시 한 번 큰 상처를 주는 망언이 아닐 수 없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00일이 되었지만 정부나 새누리당은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다. 정부의 모든 책임을 부인하는 망언을 쏟아낸 주호영 씨는 국회의원으로서, 국민의 대표로서 자격이 없다.

먼저 “세월호 참사가 기본적으로 교통사고”라는 망언은 도저히 용납될 수 없다. 정부가 제대로 구조하지 못해 수백 명이 수장되는 참극을 희생자의 가족들과 국민 모두가 보았다. 부실했던 국정조사에서조차 정부의 구조가 총체적으로 실패했다는 것이 드러났고 모두 인정했음에도, 집권 여당의 정책위의장이 이 모든 것들을 부인한 것이다. 말로는 ‘마음이 무겁다’면서도 정부의 책임을 부인하는 망언을 쏟아내고 있다. 정말 주호영 씨의 발언이 새누리당의 기본 입장이라면, 이는 세월호 참사에 대해 정부는 구조 실패의 책임이 없고, 나아가 정부가 국민을 지킬 의무가 없으며, 죽은 자만 억울할 뿐이며, 재발방지 대책은 “알아서 살아남으라”는 것이 아니겠는가!

‘천안함’을 운운하는 것은 참으로 뜬금없다. 유가족들은 현재 공식적으로 대학입학 특례, 의사자 지정 등을 요구하지 않고 있으며, “천안함 때보다 많이 줘야 한다”고 요구한 바는 더더욱 없다. 이는 가족들이 제출하고 350만 명이 함께 입법 청원한 4·16특별법 청원안에 명확히 나타나 있다. 이를 잘 알고 있을 새누리당의 정책위의장이 이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유가족들이 과도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왜곡된 인식을 퍼뜨려 특별법 제정을 가로막고 가족들을 고립시키려는 사악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그렇다면 왜 뜬금없이 ‘천안함’이 나왔을까? 그의 주장은 얼마 전부터 SNS 상을 떠돌며 근거 없이 유가족들을 비난하는 세월호 특별법 반대글, 얼마 전 새누리당 소속 심재철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 위원장이 퍼 날랐다가 물의를 일으킨 바 있는 그 글의 내용과 다를 바 없다. 심재철 씨는 “의견 수렴”이라며 자신의 의견이 아니라고 발뺌했지만, 오늘 주호영 씨의 주장을 들어보면, 근거 없이 유가족을 매도하는 이러한 주장이 결국 새누리당의 기본 입장이었으며, 더 나아가 이 글을 퍼뜨린 게 새누리당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새누리당은 자식과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이 원하는 것은 ‘보상’이 아니라 ‘진상’규명이라는 사실, “자식을 잃고 돈이 무슨 소용이냐”는 가족들의 항변을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세월호 특별법의 핵심 쟁점인 수사권과 기소권 문제에 대해, 주 씨는 “법 체계에도 맞지 않고 진상조사와 수사를 섞을 수는 없다”고 발언했다. 근거 없는 억지의 반복이다. 가족들이 제출한 특별법안은 대한변호사협회에서 만든 것이며, 형사소송법에 근거한 안이다. 진상규명특별위원회라는 엄연한 ‘국가기구’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자는 것이다. “사법체계를 흔든다”는 이러한 주장은 “검찰과 경찰의 기득권을 흔든다”는 말이며, 결국 “정권이 통제할 수 없는 수사나 기소는 안 된다”는 말로, 이는 권력의 핵심 인물과 기관을 철저히 수사해야 가능한 세월호 진상규명을 거부한다는 말이다. “진상조사와 수사를 섞지 않는다”는 말은 또 무엇인가? 권력이 결부된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이 수사 없이 가능한가? 이 말은 특별법으로 설치될 진상규명위원회를 유명무실하게 만들겠다는 뜻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주호영 정책위의장의 발언은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사실상 거부하고, 유가족과 국민들에게 “가만히 있으라”, “그만 잊으라”고 강요하는 것이다. 이제 ‘모든 것을 바꾸겠다던 쇼’를 끝낼 때가 됐다는 것인가? 재보선에서 여당이 승리할 조짐이 일면서 본색을 드러내는 것인가? 그리고 이제 유병언이 죽었으니, 다 그에게 뒤집어씌우고 책임을 회피하겠다는 것인가?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거부하는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의 발언을 강력히 규탄하고, 스스로 국민의 대표직에서 물러날 것을 권한다. 새누리당이 정권의 안위만을 생각해 이번 참사의 근본적 해결을 외면한다면, 더 큰 부메랑을 맞게 될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선거 말고도, 국민이 정권을 심판할 수 있는 수단은 많다.

2014년 7월 24일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